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724 – 식혜속에 엄마얼굴

2013.07.17 23:40:37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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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부엌에서 식혜를 팔팔끓여 놓고 이층 내 방으로 올라왔다.

요즈음 일주일에 한번씩 식혜를 만들어 김치 냉장고 ‘생얼’에

넣어놓고 먹는다. 옛날 겨울 독에서 꺼낸 살얼음 식혜와

똑같은 맛을 즐기게되어 여간 기쁘지 않다.

일하다 집에 잠시 들어와 뭔가 궁금할 때 “아~ 그거, 식혜있지 참”

하면서 한 컵 쭈욱~ 들이키면 완전 기분 짱이다.

만드는 과정은 아주 쉽지만 삭히는 시간이 최소 6시간은 잡아 먹기때문에

늦게 시작하면 오늘처럼 잠을 설치게된다. 사람들은 밥솥에서

삭혀 먹는다고 하지만 나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옛날처럼 삭혀야

제대로 된 식혜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 음식의 고집이라고 할까?

엄마가 90세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병원으로 들어가시기 직전

한봉지 남은 식혜가루를 털어 나를위해 식혜를 만들어주고 돌아가셨다.

막내인 내가 유독 식혜를 좋아하는줄 아는 엄마, 죽음이 2주 밖에

안 남으셨었는데 이것 남겨두면 누가 만들까? 며 걱정하셨다 한다.

엄마는 부엌의 카운터 탑을 겨우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면서

마지막 식혜를 완성해 놓고 가셨다.

오늘도 식혜를 끓이는데 달콤한 국물속에 엄마 얼굴이 비친다.

“애고고, 그래도 눈여겨 보아두었구나. 잘 하고 있네.”

엄마가 내게 칭찬하신다.

“엄마, 사실은 내가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못 하는 척 했다구요.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이 훨~ 맛있으니까 내가 저만치 밀려난것 뿐이였다구요.

흐 흐 흐.”

이번 주말에 사업 이전하는 문우가 있다. 그녀가 대뜸 내게

“선생님 음식하나 부탁해요.” 한다. 뭘로 해주면 좋냐고 물으니 ‘김치’ 한다.

김치를 해 준다고 하니 하나더 해도 되나요? 한다. 뭔데? 하니

“식혜요.” 한다. 뭐? 식혜라구? “네, 좀 많이요.”

내 맘 약한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그 문우의 심보라니 !

“엄마가 옛날부터 내게 말했는데, 뭐 많이 할줄 알면

신간이 고달프다고.”

“엄마, 식혜 만들때만 나 만나러 오지 마시고 매일 매일

날 찾아줘요. 엄마 보고파요.”

July 17 식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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