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 시부모님과 시누이 모두 함께 살았다.
나는 직장을 다닌 관계로 부엌일은 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상에 누룽지가 올라와 있었다.
요즈음 처럼 누룽지를 고급 스럽게 먹던 시절이 아니었다.
온 가족이 상 앞에 둘러앉아 있는데 자세히 보니
누룽지 그릇이 여자들 앞에만 있지 않은가?
헉 ! 이게 웬말?
시누이가 내 눈치를 본다. 상황을 알아차린나는
그날은 조용히 누룽지를 먹었다. 시누이와 부엌 설거지를 하면서
다음에 또 누룽지가 나와서 처치해야 할 일이 생기면
꼭 나를 부르라고 했다.
그 때는 한국에 전기 밥솥이 아직 나오기 전이어서
연탄불에 밥을 하기 때문에 깜빡하면 밥이 눗거나 타곤했다.
어느날 또 누룽지를 먹을 상황이 되었다.
나는 똑 같은 그릇에다 모두 나누어 누룽지를 담아 상에 올렸다.
시아버님도 한 그릇 남편도 한 그릇 시 어머니도 한 그릇
그래서 우리 모두 조금씩 나누어 누룽지를 먹게 되었다.
엄마가 늘 내게 말해왔다.
“네가 불이익 당할 것 같을 때 서슴치 말고 꼭 네 뜻을 말하라.
바보처럼 우물 쭈물 하다가 늘 뒤로 쳐진다. 네 밥그릇은 꼭 잘 챙겨라.”
뭐 이런 사상을 내게 주입시켜 주신 것 같다.
“왜, 여자만 누룽지를 먹어?
말도 안되지 여자들은 매월 빠져 나가는 것도 많은데…”
시누이는 이때부터 나의 왕팬이 되었다.
요즈음 여기 저기서 들어오는 감동 얘기들이 있다.
엄마, 혹은 아내가 가족을위해 말도 안하고 참으면서 희생해온
얘기들인데 이 글들을 읽으면서 감동이 될때도 있지만
바보같은 희생에 왕짜증이 나곤한다.
이 세상은 내가 있어야 모두가 다 있는 것
자식, 남편도 내가 건강하고 잘 살아야 다 행복한 것.
희생하다 일찍 죽으면 그게 어디 가족 사랑하는 것인가?
“말하시오.”
싫다면 싫다고
좋다면 좋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피곤하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공평치 못하다면 공평하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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