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토요일 교회 거라지 세일 및 바자회를위해 내 놓을 물건을 정리했다.
묶은 일기장 가방에 들어있는 슬픈 일기장들은 다 버렸다. 한곳에 뭉쳐저 있는
사진들 속에도 기억에서 사라진 혹은 사라져 버리고싶은 인물들도 다 버렸다.
한쪽주머니에 얌전히 들어있는 1997년에 그린 내 첫번째 그림을 꺼내보니 감회롭다.
지금은 유화를 그리지만 이 그림은 수채화다. 토론토에서 대학원 다니던 아들이 어느 해
여름 찍어온 풍경사진 한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제 사 두었는지 수채화 물감 있는것을 발견하고 단숨에 그려낸 작품이다.
그날 저녁 직장에서 돌아온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이틀분 수입을 주머니에서
다 털어내고 구입해 갔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내 영혼이 묻어있는 그림이다.
가끔씩 그 친구집에 가보면 귀하게 걸어놓고 즐기고 있어 감사할 뿐이다.
혹???? 내 사후에 이름이 조금 난다면 그 그림은 단연 가격이 치솟을 것이다.
친구가 그날 내 그림을 사 가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난 그림을 볼 줄 알거든요. 이 그림이 효자 노릇 할껍니다. 흐 흐 흐.”
친구의 말대로 정말 그렇게 된다면 서로간에 오죽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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