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탄자니아에 초등학교를 짓고있는 교장선생이
금년 5월 새로 학교를 짓고 다녀와서 내게 전송해 준 사진이 몇 달째
데스크 탑에서 움직일줄 모른다. 클릭해서 버릴려고 하면 다시
주워 올로놓기를 수차례.
사진이 너무 복잡하여 어느 것을 중심에 잡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대략 24명이 사진에 보이는데 오늘 내게 발탁된
사람은 겨우 여섯명이다. 선택된 사람들을 과연 내가 택했을까?
그렇지 않다. 눈에서 떨어지지 않아 끌어들이는 사람, 손이 절로가서
딸려오는 사람등 캔버스로 옮겨지는 사람들도 비록 사진이라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오늘 자려고 하는데 사진이 나를 얄밉게 쳐다보며 말 한다.
“그림을 그려주오. 그림을 그려요. 그림을 그리시오.”
앞에 두 여인은 가벼운 야채를 한 보따리 안고 있다.
“오늘 이 것 다 팔고 가야 저녁거리 사 가는데…”
“글케말여, 아들녀석 공책도 사야허구…”
뒤에 두 여인은 손을 맞잡고 있다. 무엇을 팔려는지 알수는 없지만
모녀인것 같다. “알어 엄마, 그래도 아빠는 착한 사람이잖아.”
“애고고, 그래도 내가 너 때문에 위로받고 사는가부다.”
왼쪽에 홀로 서 있는 남자 – 사진에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지만
내 그림에는 두 팔을 감싸고 있다. 이 남자는 가슴에 무엇을 담고 있다.
사는게 뭐람? 맨날 이렇게 살아가다니… 뭐 좀 더 나은 세상 없을까?
그 오른쪽 분홍치마를 입고 앉아있는 아가씨.
“몇 개 안 남은 군고구마 군 고구마 사려.”
시장은 언제나 실끌벅적하다.
현실은 삭막하나 캔버스의 삶은 언제나 포근하다.
내 마음은 늘 캔버스를 따라가고 있다. 힘든 날에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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