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자주 산책가는 레이크에 나갔다. 매일 걷는 길을 한 십분쯤 가는데
후두둑 비가 내린다. 모자 달린 점퍼를 가져오긴 했지만
한 시간 동안 막아 내지는 못한다. 하는 수 없이 가던길을 되돌아
나오는데 비가 멈춘다. 잠시 머뭇 거리다 그냥 집으로 가기가 억울해
거꾸로 돌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가는데 다행히 비가 멈춘다.
내친김에 평소 바쁘다고 안 돌아보던 다른 길을 택해 걸었다.
이호수는 여러갈래로 길이 나있어 골목마다 궁금하다.
한 시간쯤 걸어 정상에 올라보니 평소 보던 호수가 아니다.
“오~ 이렇게 큰 호수인줄 모르고 오랫동안 겉 만 훓었구나.”
내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나뭇잎들도 물들기 시작했고 모래 사장도 한산하다.
용감한 사람 하나가 외롭게 멀리 멀리 수영하며 가는 모습과
쪽배 타는 한 청년의 모습이 오버렙 된다.
약간은 후둘 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산책을 마쳐가는데 어디선가 “우~ 우~ 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다시 걷는데 이제는
“위잉~ 위잉~… 하는 소리가 바로 귓전에서 난다.
나뭇잎 스치는 소린가 보다 했는데
가요 노랫 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숨어우는 바람소리’
숨어우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랴
바람도 그렇게 울거늘! 인간이나 동식물 그리고 무생물까지도
때론 숨죽여 운다. 울어서라도 그 길을 달려가야한다.
조용한 것 만이 삶이 아니다. 울고 떠들고 슬퍼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의 한 조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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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x 6”
Oil on Tile
10″ x 10″
Mixed on Canvas
4″ x 4″ Oil on Til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