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번씩 있는 목장 예배를 다녀오다.
우리 구역 목자 가정이 몇 달전 멀리 공항근처로 이사를 갔기때문에
나는 좀 먼 거리로 달려가야한다. 말이 목장 예배지만 실은 친교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식사와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프리웨이 길이 훤하다.
보름이 가까워오고 비가 안 오기 때문이다. 집 마당에 들어서니
달은 어느새 나를 따라와 반긴다. 집안은 따뜻한데 뭔가 설렁하다.
목장 식구들과 하 하 호 호 한 바탕떠들고 온 탓일까. 어느 젊은 성도는
기도 제목이 ‘Solo 탈출’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나이에 ‘Solo 탈출을
시도해 보기는 너무 늦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그냥 Solo를 지키고 싶다.
거실에 불을 다 끄고 커다란 창가로 다가간다.
각을 지고 집 안으로 들어선 달 빛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금년 여름 벗들과 정든이들을 만나면 조용히 차 한잔 하려고
애써 만들어 덮은 하얀 테이블보가 눈에 들어온다.
천을 사와서 칫수를 재어보고 가장자리를 틀로 박아 대림질 하면서
함께 차나 맥주 한잔 나눌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보곤 했었다.
나의 야무진 꿈과는 다르게 오는 사람들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 자리에 한 시간도 앉아보질 못하고들 떠나간다.
컴퓨터 혹은 전화기에서 눈을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계속 머리를 싸매고 읽거나 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 중독 방문객과 자리를 함께하면 슬프다.
이분들은 일을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지고, 등에 매고
다닌다. 그냥 푹~ 퍼진 마음으로 노닥거리면 뭔가 불안한가보다.
조용히 뒷쪽 현관문을 열어본다.
낮에 우리 밭을 휘젓고 뛰어 다니는 토끼도 잠들고
목이 닿은 곳 까지 사정없이 잎을 뜯어먹는 사슴 아저씨도 발길을 멈추었다.
땅속의 지렁이 굼벵이 모기 파리 나비 벌은 또 어디에 숨었을꼬?
오늘 밤은 편히 쉬고 싶다.
방안에 들어온 달님에게 별들의 소식이나 물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