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분이 의사로부터 마지막 선고를 받고 물건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오직 집 문서와 유언장 밖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 없더란다.
나는 집 문서 마져 없으니까 더 간편하다. 그림만 남겨 줄 사람에게
유언하면 될테지만 그것도 이미 딸아이에게 일임했으니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에 가지고 다니던 몇 십년 묵은 일기 상자도 다 버렸고
눈에 거슬리는 옷가지도 사정없이 Salvation Army로 보낸다.
요즈음 나름 물건 정리를 하면서 살고 있는데 오늘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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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설은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비롯된다.
제어할 수 없는 쿵쾅거림으로 사랑을 시작했으나 현실이라는 프리즘을
갖다 대는 순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정 붙이고 산 물건 때문에 가슴 앓이하는 건 당연하다고 위안하다가,
인생은 소설이 아니니 좀 딱딱 떨어지게 살아보자고 나 자신을 달랜다.
쌓아 놓고 묵혀두기보다 더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사는 일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다고 곱씹으며.
쓸데없는 데, 불필요한 것에 미련 두면 복잡해져서 아무것도 안되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급하게 떠난 친구를 생각하면 하프타임을
넘긴 것만 해도 감사하다. 하반기 인생을 계획에 맞춰 가열차게 살 자신은 없지만,
열매 맺으며 의미 있게 살고픈 바람이다.
그러려면 어찌 됐든 물건 정리를 끝내야 할 것 같다.
이근미(소설가)”살며 생각하며”
<문화일보>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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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손댄 그림들 입니다.
내일은 새벽 일찍 일 나가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바빠서 빵이 다 소모 되었다네요.
매니져는 요로코롬 땜빵 + 새벽 + 밤 늦게. 등등으로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