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지금 처럼 성탄절이 가까워왔던 12월 친구집을 방문했었다.
화상채팅이 나오면서 컴퓨터를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보고싶은 사람을 영상으로나마 보게되던 시절이었다. 친구가 내게
보여줄 사람이 있다고하면서 컴퓨터를 클릭했다. 그는 나도 얼굴을 본 적있는
지성미 넘치는 멋쟁이 남자다. 상대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얼굴을 다듬고
머리를 매만졌다. 우리 얼굴이 상대방 화면에도 나오니까 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클릭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드디어 그분의 음성이들리면서 화면전체를 타고 들어오는 그의
맨 머리를 보는순간 “앗”이라고 소리를 지를 번 했다. 오, 주여 어쩌면 좋담.
그 핸섬한 모습은 온간데 없고 세월의 나이테는 속일 수 없다는 듯 그는 이미
쌩쌩한 매력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물론 상대도 우리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안부를 나누며 화면을 닫는 순간
나는 친구에게 “얘, 보지 말아야 했어. 환상이 깨어져 버렸어.”라 말했고 친구또한
수긍한다며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며 술 한 잔씩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요 며칠 아는 분이 십 여년만에 옛날 사랑하던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단다.
찻집에서 서로 마주보면서 차 한잔을 나누었다는데
“엘리샤씨 애궁, 보지 말아야 했어요.”한다. 내가 왜냐고 물었더니 잇빨도
몇개 빠져 나갔고 사람 전체가 물기라고는 없더란다. “물기없는 남자와 무슨
얘기를 하겠어요”. 이 남자와 빨리 헤어져 버렸음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엉덩이를
들썩 거렸단다.
그분이 들려준 얘기는 Sexually appeal 하지 않는 남자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흠 흠 흠 본인도 수월찮은 나인데 아직도 물기 흐르는 남자 운운하다니.
내 생각이긴 하지만 그 남자분도 틀림없이 돌아서면서 이렇게 얘기 했을 것이다.
“애이 만나지 말아야 했어. 환상이 깨져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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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에서 제가 정성들여 길렀던 호박밭입니다. 중간 터치입니다.
창가에 제라늄 사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