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을 옮기고 책상 앞에 엄마 사진을 잘 보이도록 붙여놓았다.
정면으로 붙여놓으니 책상에 앉기만 하면 엄마와 마주한다.
평소 활달하시던 엄마가 말 없이 나를 쳐다보신다.
내 눈에 이슬이 맺힌다. 그림 그리는 내내 엄마와 얘기했다.
사진에는 주름도 없고 곱상하다.
엄마가 내게 말하신다.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울지말고. 우는자는 세상을 이기지 못해.
미안하다. 살면서 내가 너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일 잊으려므나.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랬지? 엄마. 그래도 난 너무 힘들었어. 난 가난해서 학교에가서도
부자 친구들을보면 너무 부러웠다구. 엄마는 그걸알아? 씨~
난 도시락도 완전히 펴 놓고 먹지 못했다구. 까만 보리밥을 싸주던 엄마.
아이들은 다 흰 쌀밥을 싸왔단 말야. 씨~.”
“잘 될꺼다. 이제부터는 다 잘될꺼야.”
나는 화나서 대들었는데 엄마의 음성은 매우 부드러웠다.
저 세상에서도 막내딸 못 잊고 이렇게 찾아와 나를 위로해주고
힘을 북돋워 주시는 엄마.
십 오년 전에는 내 화실에 아버지가 찾아오셔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오늘 엄마가 하신 말 처럼 해 주셨다.
“잘 될꺼야. 너는 정말 잘 될꺼야. 그림이 점점 좋아질꺼야.”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버지 내 곁에서 나를 한번도 안아 주시지도
않았고 연필도 한 자루 안 사주셨던 아버지. 저 세상에서 나마
응원하고 계신것을 그때 알았다.
부모는 영원히 부모로구나.
오늘 내가 있는 것은 하나님과 그분들의 은덕이다.
보리밥을 많이 먹은 덕분에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
지나간 시간이 다 보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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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작한 ‘After School’ 완성했습니다.
캘거리 사인 끝났습니다.
정리된 화실 입니다. 독자분께서 화실을 공개해 달라고해서 올립니다.
삼일 전에 사온 튜립이 키가 커서 요 아래 네 송이 허리가 딱 꺽였습니다.
가여워 짧게 유리컵에 넣어 서로 동무하게 해 주었지요.
한 놈은 친구에게 정말 어깨를 완전 기대고 있네요. 우리들도 이렇게
서로서로 친구의 어깨를 기대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