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 두 할머니가 걸어들어온다.
보통 할아버지들은 둘이 다니는 것을 보지 못하지만
할머니들은 꼭 둘이 붙어다니며 함께 식사를 한다.
아마도 할배들은 일찍 세상을 떠나셔서 그럴꺼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살아 계신다해도 할배들은 방콕하면서
그럭저럭 지내지 않나 하는 나의 생각이다.
두 분 중 한 할머니의 머리가 요란하다.
“앗!
바로 이거야. 내가 이 다음에 더 늙으면 하고 다닐 스타일인데
이 분이 먼저 했네. 우리과야 우리과.” 나는 이 할머니들의
샌드위치를 싸면서도 기분이 상쾌했다.
두분이 점심을 먹고 있는동안 잠시 틈을내어 사진을
찍어도 좋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락을 한다.
“남자친구 있지요?”
“오 호 호 호. 없어요. 난 남편과 60여년을 행복하게 잘 살아왔는데
이제 다른 남잔 필요 없어요. 내 인생에 남자로 부터 받을 것 충분히
다 받았는데요 뭘.”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으니 올해 86세란다.
와 와 와 아주 총명하며 유머가 대단하다.
머리 브리치도 한 색깔이 아닌 복합색으로 잘 선택했고
거기맞는 아이쉐도며 머플러 정말 쥑인다.
여기 저기서 “사는게 뭐냐. 시시하다. 결국은 죽을텐데
왜 이리 고생만 하고 살아야 하나?”며 툴툴거린다.
이왕이면 한 세상 이 처럼 넘실넘실 거리는 웃음과
얄궂은 모양이라도 내면서 나도 너도 즐겁게 살아갈 일이다.
특별한 일 없으면 할머니는 백살까지 건강하게 살 얼굴이다.
샵 문을 열고 떠나면서도 고운미소 남겨주며 손을 흔든다.
엘시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하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