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뜨면서 여기가 아디인가 잠시 생각해본다.
분명 내 침대는 아니다. 아, 맞아 참, 여기가 거기지…
이름하여 Bellwood Hotel 1103호가 아닌가.
간밤에 외박을했다. 밴쿠버에 꼭 나갈일이 있어 새벽 6시부터 서둘러 나갔는데
목적지까지 가는데 꼬박 8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내가 건너가야 할 Pattullo Bridge가
여러대의 자동차 사고로 막혀 다른 다리로 돌아가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밴쿠버에 몇 달 만에 나가면 볼일들을 모아서 가기 때문에 계획에 없는 일을
만들 수 없다. 세군대 큰 볼일을보고 ‘벨우드 호텔’에 들어간 시각이 밤 아홉시.
호텔 주인은 내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지 않고 언제나 있는 그 대로 반갑게 맞아준다.
한 침대에서 편안히 잠을자고 일어나면 주인은 발걸음도 조용히 움직이면서 커피를 준비한다.
내가 그 호텔에서 가장 잘 먹는 삼각 9 grain빵에 치즈와 양파 그리고 토마토를 얹어
작은 오븐에 고실고실하게 구워준다.
주인은 양이적어 언제나 한 쪽 나는 두 쪽을 먹는다. 그 호텔 커피맛은 고급호텔
아침커피보다 훨씬 맛이 좋다. 오후에 내 볼일을 다 보고 돌아가는 내 차 안에
언제나 처럼 얌전히 사과와 오이를 정갈하게 씻어 넣어준다. 물 한병 잊지 않음도 언제나
똑 같다. 오댕 한 부대자루 샀다며 낑낑 거리며 뒷 자석에 얹어준다. 그 가족 전문의
나마까시 한 봉지 빼 놓을 수 없다. 때로는 배 안에서 읽을 책도 넣어준다.
오늘은 특별히 손님 많이 치룬다고 커다랗고 예쁜 유리쟁반과 CD음악도 보너스로 준다.
그뿐 아니라 덤으로 알로베라 여러 뿌리를 화분채 안겨준다. 일하다 손 데이면 즉시
붙이라는 조언과 함께.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돈 받지 않는 이 호텔, 기둥뿌리 다 뽑힐 것 같다.
서로를 사랑함은 이렇듯 애틋하다. 주인은 언제나 그 모습이다. 수다스럽지 않고
묵묵하다. 사려깊고 남을 이해하는 폭이 넓다. 이십년을 훨씬 넘게 이렇게 변함 없다.
밴쿠버에 나가서 언제나 처럼 이렇게 풍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주인의 마음은 “그져 알아만 주면 고맙다.”는 것 같다.
갑자기 이 호텔 주인이 돌아가면 어디서 잠을 자야하는 지나친 자기 보호적인 생각이 스친다.
집으로 돌아 오는길은 언제나 고마움이 겹겹이 쌓인다.
집에 늦게 도착하여 짐 정리를 하고 컴퓨터를 여니 아주 오래전에 소식이 끊어진
옛 시누이의 글이 나를 반긴다.
“언니, 영원한 우리 언니. 지나간 세월동안 언니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정말 언니를 다 사랑해요. 우리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것 늘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안의 대들보 언니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내 눈이 흐려진다.
이런 아름다운 글 한 줄 읽으면 지난 나의 고생도 다 물 처럼 흘러 가 버린다.
어째서 우리는 그 고마움의 표현 하기가 이 처럼 어려운가.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자주
용기를 내어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까? 그져 알아만 주는 이들의 마음.
그것으로 우리는 다 용서가 된다.
사람 살아가는 보람은 돈 보따리 안에 있지않고
사랑 주고 받는 속에서 일어난다. 더 많이 사랑 하리라. 더 많이 알아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