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자의 편지
“나는 이제 곧 팔십을 바라보고 있어요.
원 참 세상에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네요.
지나온 한 생애 이제 곧 마감 하겠지요. 후회 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왜 그때 그렇게 못 했을까?
왜 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못 대해 주었을까?
일찍 세상떠난 아내에게는 더더욱 미안하지요. 참 고운 여자였어요.
내가 손수 밥을 짓고 빨래를 할 때마다 아내의 손길을 더듬어 봅니다.
그땐 정말 몰랐어요. 아내는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줄 알았고 나는
밥이나 빨래는 안 하는 사람이라구요. 하나님은 내게 그것을 깨닫게 해
주려고 아내를 일찍 대려 갔나봅니다. 야속하지요.
자식이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말은 옛말이구요. 여기까지 오기 참 힘들었어요.
요즈음은 그냥 내가 ‘힘 없는 뗏목’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 내려 가는 거지요.
가다가 어느 강 어귀에 부딫히면 조금 쉬기도하구요. 물살이 세어지면
나는 마냥 강 하류로 떠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 의지대로 살지
못한 것 처럼 인생의 마지막도 역시 그렇게 살아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세상의 모든것은 다 사랑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뗏목은 오늘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타고 마지막 종착지까지 떠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봄 향기가 스며드네요.
힘 없는 뗏목이되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시간까지 온 것을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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