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기를 안고 있으면서 오는 느낌이있다.
“아, 인간이 이렇게 힘들게 키워지는 구나.”
아이들이 그냥 쑥쑥 자라는 것 같지만 부모의 여간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이리저리 몸도 탈이나고 정신도 피패해진다.
어느날 읽은 글이 생각난다. 어릴 때 척추를 다쳐 평생 곱사등이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사연이다. 식모등에 엎혀있던 아기가 식모가 이층에서 넘어지면서
업고있던 아이를 떨어뜨렸다. 식모도 어린아이라 주인이 무서워 말을 못하고
하루를 넘겼다. 그 일이 아기 인생에 큰 불행의 씨앗을 만들고 말았다.
멀쩡하게 태어난 아기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된 슬픈 얘기다.
내가 손녀를 안고 있으면서 문득 옛날 나의 시부모님을 떠올려 본다.
나는 출산 후 직장을 다녔고 낮에는 시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돌 보아 주셨다.
퇴근 후 직장에서 돌아온 나는 아이만 걱정했지 시부모님에게
“낮에 아이들 보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라는 말을 한번도 해 드린 적이없다.
그런 말은 커녕 그분들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고통스런 내 심정만 생각했다.
솔직히 시부모와 함께하는 공간은 내게 늘 질식할 것만 같았고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로인해 부부싸움도 무지하게 많이했고 또 결혼 파경의 원인도
됐다.
뒤를 돌아보니 자기 중심적인 시간이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정말 어찌 할 줄 몰랐다.
시부모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눈동자 처럼 잘 돌보아 주셔서 힘도 티도 없이
잘 자라나게 된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어찌 인간은 이다지도 느린지.
무덤이라도 가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찾아가 공손히 엎드려 절을 하고 싶다.
“감사함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손자 손녀들이 잘 자라서 이제
그들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주 튼튼하게 잘 컸습니다. 늦게라도 깨달은 이
며느리의 마음을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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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라스베가스를 다녀와서 그린 작품
30″ x 24″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