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581 – 딸의 방문

2013.01.06 23:25:20 (*.69.35.119)
829

작년에 몬트리올로 이사간 딸이 방문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시댁에 가느라 이제 엄마를 찾아왔다.

알맞게 익은 총각김치 한 보시기를 다 먹고 기분이 좋단다.

이번에 완전히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간다고 비디오까지

준비해 왔다. 내가 죽고나면 김치 배우기는 영원히 못할꺼라는걸

보니 딸아이도 나이가 든 모양이다.

김치 뿐만 아니라 된장 끓이는 법, 비빕밥등 주문이 많다.

내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데 다 배워줄 수 있을련지.

어릴 때 Tom boy 처럼 겅중 거리고 다녀 요리 배워줄 생각을

못 했는데 왜 요리 안 가르쳐 주었다고 투덜거린다.

세상에 한국음식처럼 깔끔하고 고운 음식이 또 있으랴?

적당히 퓨전적이고 건강식으로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보스를 지켜라.”란 한국 드라마를 둘이 두 편이나 보고

딸아이는 잠이 들었다. 몇 년만에 한국 드라마를 재미게 보았다.

그 덕에 그림은 못 그렸지만 나에게도 이 처럼 훌~훌~ 넉넉히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싶다.

자식을 만나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고 아련하다.

지나간 우리들의 추억을 꺼내 사랑의 이음새를 확인한다.

자식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마리오네트가 아니고

별개의 인간이라는데 정말 그렇지 않은가?

오랫동안 운전하며 일 하는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허리 안 좋은 모양이다.

무엇을 집을 때 조용히 앉으면서 집는다.

“애고고, 늙어가는 엄마가 보기에 넘 않좋다”고 말하니

딸아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겨울 밤도 깊어가고 딸아이의 숨 소리도 새근 거린다.

내 등에서 고히 잠들던 그 시절로 나를 안내 하는 듯.

김치 담근는 내 모습을 찍어놓은 비디오를 돌려보니 정직하게

내 육신의 늙은 모습이 비친다. 단지 웃음만 늙지않았다.

딸과의 만남을 감사하며 자리에 든다. 샬롬

Jan 6.jpg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