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그 아이는 초등학교 오학년 내 짝꿍이었다.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해서 아마도 여자 아이들에게 커다란 관심 거리였으리라.
그때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을 때여서 가시나이들의 속내를
다 알지 못하겠지만 슬금 슬금 맘 속으로 그런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둘이 앉아서 공부하면서 혹시나 더 가까이 부딪힐까 조심 하면서도
행여나 부딪쳐 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 것 같다. 그와는 일부러
눈도 서로 마주치지 않고 일년을 보낸 듯 하다.
몇 년이 지난 후 버스 정거장에서 그를 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보다 키가 작던 그 아이가 훌쩍 내 머리위로
올라가 있었다.
야~ 너!
우리들의 사춘기는 정말 시시했다. 겨우 빵집이었지만 행여 누군가가 남학생을
만나 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그 아이는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시절 그 남자 아이와는 당연 소식없이 헤어졌고 나는 캐나다로 이민왔다.
내가 밴쿠버에서 살고 있을 때 그 아이가 몇 년 후 밴쿠버로 이민 온 것을 알게됐다.
오.
나는 다시 엘에로 이사를 갔고 나 보다 먼저 워싱턴으로 내려갔던 그가 (가족)
엘에이로 내려왔다.
이게 무슨 인연이람
오늘 내가 그에게 전화를 했다. Happy New Year인사다.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가 하 수상하여 골프치는 중이냐고 물었더니
Dirt Bike를 타고 있는 중이란다. 이런 할배가 그런 와일드한 자전거를…
“응, 금년에 이것 가지고 한국 나가서 남한일대 돌려구 그래.
나 말야, 아일랜드 이야기는 매일 잘 읽고 있어. 그런데 너 멀리 전시 나갈때 옆구리
시릴텐데 어써 어써 남친 하나 만들렴.” 한다.
늙음이 이 처럼 편안하다.
삶의 유혹이나 이성의 편가름 장래의 불안이 없는 안온한 시간 아닌가.
늙어서 얻는 것, 편안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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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척 (두번째 손질),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올림
해바라기 손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