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야하기 때문에 일찍 잠들려고 준비를 했지만
침실로는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고 화실에서 얼쩡거린다.
“아냐, 오늘은 그냥.”이라고 혼자 회쳐봤지만 결국 나는 그림한테 지고만다.
마치 “흥, 어디 봐라, 그림 안 그리고 네가 잘 수 있나.” 하는 것 처럼.
아주 오랫만에 ‘마음의 벗’인 문우와 통화하게 되었다. 그녀도 아직 나처럼
일하고 있는데 남편이 아침 커피부터 점심 도시락까지 곱게 싸 준다고
자랑한다. 흠, 흠, 흠. 세상 고르지 못하구먼.
글 맛이 아주 좋은 문우다. 뜬금없이 그 문우가 애인있냐고 묻는다.
내 대답도 듣기전에 “로맨스가 필요해 로맨스가”. 한다.
자기는 두 부부가 편안하게 잘 살고 있지만 로멘스는 아니라고 푸념한다.
“그렇겠지.” 나도 한 마디 거듣는다.
먹고 사는 것이야 누구나 다 하는데 정신적 허기 때문에 인간은 로메스 없이
사는 것은 밋밋하고 활력이 없다고 장장 연설이다.
“그렇겠지.” 나는 같은 말을 또 한다.
사실 로멘스 하면 내가 더 할 말이 많건만 나는 아무 일도 없는 시골아가씨 처럼
꾸욱 입 다물고 “오, 네, 그렇군요.” 하면서 그 문우의 충고를 듣고 있다.
전화를 끊으면서도 큰 소리로 그 문우는 소리 지른다.
“로멘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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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경주 그림 머리 올렸습니다.
읍시 12시48분이네요. 어써 어써 잠자러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