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집에 들어와 잠시 쉬려고 옷을 벗는데
따르르르 릉 전화가 온다.
번호와 이름을 보니 새우파는 Belinda씨다.
“Alicia, 새우 잡아왔어요. 지금 올 수 있나요?”
지난주 새우 사러 가려고 전화를 넣었더니 배 모터가
고장나 수리중이라더니 고쳤나보다.
오늘 안 가면 또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 서브웨이 셔츠도
못 벗고 달려갔다. 언제나 잔잔한 미소로 나를 대해주는 그녀.
바닷 바람에 할퀴고 갈라진 그녀의 손이 엉망이다.
얼마전 내 고생한 손을 썼었는데 그녀의 손을보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나는 가면 거기 있는 것을 몽땅 다 사온다.
어서 떠리를 해야 그녀가 빨리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다.
집도 나나이모라는데 한 시간 넘게 가야하지 않나.
부둣가는 바닷바람 때문에 보통 주택지보다 더 춥다.
얼음에 채워져있는 새우를 비닐 봉지에 담는동안도 그녀의 손은
얼음짱 일 테지. 내가 당신도 남편과 함께 바다에 나가 새우를
잡느냐고 물으니 당연 그렇단다.
“와, 이 겨울에 바다에 나가면 얼마나 추울까?” 내가 자못 걱정스런
표정을지으니 “여기” 하면서 바지를 걷어 올리는데 내복을 보여준다.
장화 양말 등등 겹겹이 입고 나간다고 한다.
남편은 30년동안 새우잡이로 생개를 유지하는데 열 네살부터
이 일을 해 왔다닌 지금 44세가 아닌가. 그렇다면 Belinda씨의 나이도 그 쯤일 것
일텐데 완전 나이 팍~ 들어보인다. 내가 가면 새우를 몽땅 사주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과게에는 다 버렸던 잔 새우를 내가 새우젓 담기위해 사오는 것이다.
그녀로서는 완전 대박아닌가. 거스름 돈까지 남겨주고 오니 눈빛 가득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다 팔아야 얼마나 될까? 나는 공연히 그녀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가을에는 남편 눈 수술 때문에 한동안 새우 못 잡았다. 남편 걱정을
늘 하면서 남자 못지않게 힘든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Belinda씨를 위해서라도 빨리 겨울이 썩 물러가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녀의 남편은 무슨 복이 많아서 이 처럼 마음보 고운 아내를 데리고
사는가. 서양 속담에 남편이 돈을 못 벌면 아내가 창문으로 날라간다고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Good Luck Beli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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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가을에 찍어 두었던 것이라 날씨가 좋을 땝니다.
외로눈 배 한 척 사인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