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653 – 속박에서 벗어나다

2013.04.05 22:16:41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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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내가 이민초기부터 알아온 분이다. 아주 똑똑하고 열심히 살아온

이민 1세며 경제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잡았음은 물론이요 두 자녀도

모두 성공한 가정으로 이민가정에 모범이 될만하다.

멀리 동부에 살고있기때문에 시차문제로 자주 연락은 못하지만

잊지않고 전화하는 사이다. 이틀전 이분과 통화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부부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로 시작한 얘기는 이렇다.

사는것이 쓸쓸하고 재미없고 가끔씩 우울증에도 걸리곤하던

어느날 전철을타고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했다던가?

추운 겨울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밤에 심한 구토증을 일으키면서

응급실에 실려갔었는데 병명이 약한 스트록이 왔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잘 치료받고 퇴원을 했는데 그 병원에 있는동안

많은 생각을 했단다.

바로 옆에 자기보다 한 살어린 백인환자는 7년전에 헤어진 남편이

어찌알고 찾아와서 매일 간호에 매달리는 것을보고 그렇지 못한

자기 남편과 많은 비교가 되었단다.

퇴원후 바로 남편에게 우리 이제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남편이 기다렸다는듯이 쾌히 승락을 하더란다.

그분은 이 말을 하려고 상당히 벼르기도하고 혹은 미안하게도

생각했단다. 마치 남편의 팔 하나를 달라고 하는 만큼 힘들게 말이다.

주저없이 그러자고 대답하는 남편에게 말한분이 너무 놀라워했다는데

그 이후 각자 자유를 얻었단다. 이제 남편 식사준비도 안하고 자기

시간을 만끽하며 사는데 그리 좋을 수 없단다. 남편역시 그런기분으로

살아간다니 조금 늦었지만 70세에 드디어 자유를 얻고

해방의 깃발을 들었다고 좋아한다.

부부가 다투거나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 나만 억울하고

나만 손해보거나 감정 손실을 받아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남편이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듯이

그렇게 쉽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 내가 힘든만큼 상대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이 가장 빠른 시간이라고 했다.

요즈음 연령으로 70이면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데 이제라도

구속에서 벗어난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앞으로는 부부의 기한도 정해질 듯 한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가령 아이놓고 키우는 그 20년정도? 그 이후에는 각자 자유?

아님 다시 재 계약 해서 10년 혹은 20년 더 산다?

아~ 이런시스텀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내가 아는 남자분은 오래전에

내게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한 여인과 죽을 때 까지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일이예요.”

법적으로 한 울타리에서 살면서도 틈만 있으면 뛰쳐 나올 궁리를 하다니.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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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총각무를 많이 사왔습니다.

머리 올렸습니다.

Apr 5 총각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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