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정된 문학회 모임이 우리집에서 있는 날이었다.
여섯명이 들어서면서
“어머 김치 냉장고 사셨네요.” 한다.
커다란 딤채 박스가 현관 문 앞에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저녁을 장만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서브웨이로 때울까도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맛있게 익은 김치 맛을 못 볼것같아 불야불야 저녁을 지었다.
몇 사람에게는 내가 샀다고 했지만 사실을 이실직고를 안 할 수 없다.
그동안 김치 냉장고가 필요해서 중고품도 알아보고 혹 한국 돌아
가는 분들에게 물어도 보고했었다.
며칠 전에 미국에 아는분이 전화가와서 김치 냉장고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게 무슨소리냐고 놀래 물으니
밴쿠버 매점을 알아내어 여차여차 다 값을 지불하고 딜리버리까지
해 주기로 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오, 주여!
그분의 하는말이 아주 오래전에 신세를 진 일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이것쯤 사줄 형편이 되어서 선물하는 것이니 기쁘게 받으라고 한다.
당연 내 입이 함박꽃 같이 벌어질 수 밖에.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선물한 분에게 실물을 보여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서
오늘 사진을 올리게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분에게 해드린것 아주 적은것 같은데 이렇게 눈덩이처럼
이자붙어 들어오니 인생 살아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다 쓰고있는 딤채를 이제사 쓰게되었는데 얼마나 좋은지
부엌에 들어서면 기분이 절로 상승되곤한다. 이 처럼 유용한 물건인줄
알았으면 내 어찌 해서라도 진작 장만할껄… 하는 생각도 매일한다.
오늘저녁 모인 문우들이 맛 들은 배추, 총각, 열무김치 그릇을 몽땅 다
비우고 밥도 두 그릇씩 뚝딱한다.
밭에도 씨앗을 뿌리고나면 언젠가는 그 종자씨가 올라와서
열매를 맺듯이 인간에게 뿌린 적은 정성도 큰 나무가 되어 돌아오는
이치를 자주 만나게되어 여간 감격스럽지 않다.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이 좋은 씨앗을 뿌리리라는 다짐을 불끈 해본다.
선물 보내준 사랑하는 이웃에게 감사한 마음 전달하며 자리에 든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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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형 딤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