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갑자 급실에 다녀온 후 내 마지막을 정리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깊다. “아직은 아니지…”가 아니고 언제든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준비를 해 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동안에 써 놓았던 유언장은 나 혼자 임시로 써 놓은 것이었고 이번에는 정식 법적 유언장을 만들기 위함이다. 미리 예약된 시간에 노터리 사무실을 갔다.  책상을 사이에두고 서류 담당자가 나와 마주앉아 내가 미리 마련해 간 서류들을 훓어보면서 이것 저것을 타이핑한다.

“내 유서는 아주 간단해요. 딸에게 모든것을 일임하고 딸이 알아서 처리해 주는 것이요.” 그녀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여기 아들도 있는데요.”

“그래요. 있어요.”

“나중에 문제가 되니 않을까요?”

“무슨 문제가요?”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자식이라도 부모 사후에는 늘 문제가 생기니까요.”

” 난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소. 딸에게 어떻게 처리할 것을 말 했소. 자라날때부터 둘이 항상 도우며 살아가라고 가르쳤구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처리한 것에대해 아들도 내 마음을 잘 알꺼예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혹시 오빠가 힘들게되면 만사를 재치고 오빠가족을 힘껏 도울 아이지요. 내 딸은 가족 누구에게라도 항상 도움을 주어왔고 자기것만을 챙겨오지 않았소. 내 재산(돈)이라는게 다 합쳐야 별로 되지 않아요.  딸은 내 사후에 내 그림들을 모아서 사람들이 엄마를 기억하며 다시 볼 수 있도록 작은 갤러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몸은 죽어도 나는 살아있는 거나 마찬가지로 내 영혼이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갤러리에서 다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근사한가요?”

“오, 화가신가요?”

“그래요.”

내가 너무나 확고하게 말 하니 서류 작성하던 그녀가 더 이상 묻지않고 마감한다. 나는 법적 효력이 발생될 유언장을 단 30분만에 끝내고 사무실을 나왔다. 유언장을 만들때 누구에게는 얼마를 떼어주고 등등 적어놓으면 가족간에도 섭섭하게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죽은후에 내 아이들이 이런일로 엄마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싶지않다.  둘 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인데 내가 죽은 후라고 남매가 서운한 일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딸은 분명히 잘 처리할 것을 굳게 믿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녀에게 일임하는 단 한 줄로 유언장이 작성됐다. 담당 직원은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무래도 이렇게 간단하게 만드는 유언장은 처음이라는 듯 뭔가를 더 쓰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슨일이든지 간단하게 처리하는 내 성격인 탓도 있지만 이렇게 적은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내 딸을 믿소” 몇 번이나 물어봐도 나는 똑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 이 일을 하면서 마지막 서류(유언장)가 참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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