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볕이 찬란하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며칠 분주한 관계로 잘 돌보지 않았던 화단에 나갔다. 얼마전에 꽃 밭 가운데 심어놓았던 사르비아 두 그루가 잎이 말라있다. “이런” 우리집 꽃 밭은 보라색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빨간 사르비아 여섯개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그 중 두 놈이 비실거린다. 호스를 가지고 물을 주다보니 그 비실거리는 두 놈의 뿌리가 비쩍 말라 풀석거리며 튀어나온다. 화분을 가져다 그 안에 넣고 좋은 흙으로 채우고 다독거리며 물을 흠뻑 주고 교회를 갔다오니 정신을 차리고 있다.
옛날 살던 오크베이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The Marina Restaurant’에 들어서니 파킹장은 요트놀이나 고기 잡이로 온 사람들까지 붐벼 장사진을 치고있다. 주문해서 나온 닭 가슴살과 코코넛 밥 그리고 샐러드 환상적이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음식맛이 유유하다. 서두름 없이 식사 후 파킹장을 나오니 한 무리의 비둘기떼들이 춤추며 노닌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내 인생의 풀 타임이 종결된다. 연극이 끝나고 막이 내려지려면 막이 천천히 내려오듯 은퇴 시간도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깥 풍경이 새롭다. 뒷 마당은 지금 골진곳을 채우느라 어수선 하지만 이미 뿌리가 내려있는 꽃들은 자기의 의무를 열심히 다 하고 있다. 커피를 끓여와 천천히 마신다. 얼마전 부터 시작한 얼굴 캐어도 한다. 이 달 문학회에서 결정한 ‘청소년 글 짓기’의 광고 문안도 작성하여 신문사로 보냈다.
백장미가 현관 문 위에서 하늘 거린다. 하나님은 짠돌이다. 한꺼번에 듬뿍 쏟아부어 주시면 우리가 감당 못 할까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 우리 곁에 가까이 오신다.
교회를 가는 것도 여유롭다. 매 주 헐레벌떡 샵에서 뛰어와 무슨 옷을 입을까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눈에 띄는대로 입고 나가던 일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 망 쓰고 일 하느라 납작해진 머리 때문에 고민 할 필요없이 천천히 컬을 올려 정리하고 화장도 단정하게 한다. 교회 파킹장에서도 한 발짜국이라도 가까운 곳에다 하려고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다. 내 자리가 넉넉히 준비되어있다.
어느 교인이 내게 묻는다. “권사님은 은퇴 후 뭐 하실꺼예요?” “나? 놀아야지.” “네에~ 벌써요?” “그럼, 나 좀 놀게 해 줘. 내 나이가 몇인데.” “으 하 하 하. 참, 그렇군요.”
밤 9시 샵 문을 닫고 탐슨과 그의 아내가 바닥 비누청소를 시작했다.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기위해 최선을 다 한다. 직원 한 사람이 내게 묻는다. “시원 섭섭하세요?” “응, 시원만, 섭섭은 아니고.”
Count Down 2 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