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원입니다. 오랫만이지요? 지난 주일 오후에 할머니께서 놀러 오셨어요. 자주 못 뵈어도 이제는 저와 아주 친하답니다. 할머니께서 가방을 여시더니 “I got something for you”라고 하셨어요.  “Yaho” 라며 할머니 가방이 빨리 열리기를 기다렸답니다. 나는 선물 엄청 좋아하거든요.   “Wow wow…” 할머니께서 가져오신 선물은요. 제 머리핀과 인형들 그리고 작은 책자들이었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책을 잊지않고 사오시지요. 아마도 제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으신 것 일꺼예요.

우리 아빠엄마 결혼 8주년 기념일이었어요. 엄마가 아빠에게 서프라이즈로 근사한 식당으로 저녁을 내셨다고해요.  엄마가 지난 주 부터 할머니에게 메일을 보내서 오늘 있을 이벤트에 저는 안 데려간다고 할머니에게 꼭 붙잡아 달라고 부탁하셨다지요. 물론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꼴이됐구요. 어쩐지 엄마 아빠가 일찍 퇴근 하시더라구요. 나는 좋아서 “랄랄랄랄…” 노래를 부르고 신이나 있었어요. 그런데 저녁 6시가 되어가니까 엄마가 눈짓으로 할머니에게 신호를 보내고 할머니가 저를 맛있는 것을 주시면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러나 내 눈치도 만만찮지요. 잽싸게 아랫층으로 뛰어내려가니 우리 엄마 아빠는  이미 현관문을 닫고 나간 후 었어요.

할머니는 아빠에게 뒤 돌아보지말고 어서가라며 저를 붙드시더니 문 고리를 단단히 잡고 계셨어요. 내가 아무리 장사라해도 그리고 아무리 할머니가 할머니라해도 아직은 역부족인것 아시죠? 나는 입에 넣었던 그 맛있는 쵸크렛도 다 토해내고 얼굴이 새파래 지도록 몸부림 쳤답니다. “아빠, 엄마 앙 앙 앙 ”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렇게 서러울 수가요. 실은 내가 우리 아빠나 엄마 두 집에서 단 한명인 손녀이기 때문에 아주아주 귀염받고 있어요. 이런 슬픈일은 처음이었어요. 나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얼굴이 보라색이 되도록 울었어요.

할머니께서 저를 안됐게 생각하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지원아, 그럼 우리가 엄마 아빠가 어느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지 찾아 나서자꾸나. 그러려면 옷도 잘 입고 얼굴도 씻고 나가야겠지?” 하시더라구요. 나는 엄마 아빠를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울음을 뚝 그치고 세수하고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를 꺼내 입고 샌달도 신었어요.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나와함께 몇 블럭을 걸어서 식당 하나 하나 들여다 보았어요. “여기도 없네. 지원아 잘 봐, 엄마 아빠 보이나.” 물론 저도 열심히 찾아 보았어요. 여러 식당을 둘러 보았지만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없었는데 어느듯 우리는 호숫가에 떠 있는 집들이 있는 곳까지 오게됐어요. 지나가는 배들도 보고 모자익으로 만들어진 밴치에 앉아 바람 쐬로 나온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무리속에 있게 됐어요. 우리집에도 예쁜 개가 있지만 오늘 본 강아지들도 무척 귀여웠지요.

할머니가 “이 작은 개가 참 예쁘지?” 하면서 내게도 만져 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와 나는 걸으면서 동네 구경하고 꽃무리들도 찬찬히 관찰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요. 할머니와 저는 막힘없이 얘기 할 만큼 컸답니다.

할머니의 손녀 다루는  작전이 성공하여 나는 아빠엄마를 까마득히 잊고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녔어요. 이어 할머니께서 “지원아 걸어다니면서 엄마 아빠를 못 찾았는데 우리가 이제는 자동차로 찾아 다녀야 겠다.” 하셨어요.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어요. 집 앞에 오니 할머니께서 “지원아 할머니 물 한잔 먹고 가야겠어. 목이 말라서.” 하시면서 함께 집에 들어가자고 하셨어요. 나는 의심없이 할머니손에 이끌려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왔지요.

할머니는 물 한잔을 마지더니 “지원아 우리 많이 걸었는데 배고프지?” 하셨어요. 나는 약간 출출하기도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할머니께서 제게 음식을 차려 주시더라구요.  할머니가 제 음식을 차리는 동안 나는 바비 인형집을 꺼내 한바탕 널어놓았어요. 내가 음식을 다 먹고나니 할머니께서 “아이구, 바비들이 많네. 옷도 신발도 등등. 우리 인형놀이할까?” 하셨어요. 나는 기분좋게 할머니와 바비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에서 “헬로우”하는 엄마 소리가 났지 뭐예요.”

알고보니 그동안 엄마에게 할머니가 제 상황을 문자로 보냈더라구요. 허 허 허, 참 내 오늘 할머니에게 완전 넘어갔죠. 우째그리 슬르르 매끄럽게 나를 달려셨을까요?  아이들은 정말 어른을 당할 수 없나봐요.  잠 자러가기전에 우리 네 명이 게임을 (카드를 뽑아서 그 것이 무엇인지 말 없이 표현하는) 재미있게하고 저는 잠자리로 이동합니다. 할머니와 QFC 그로서리 쇼핑도 갔고 할머니께서 엄마아빠 결혼기념이라고 장미꽃도 한 묶음 사오셨어요.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어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살짝 말 하네요. “Uma thank you so so so much.”  엄마 아빠 행복한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흐뭇한 모습이 제 눈에도 보기 좋아요.

여러분 내일 또 뵈요. 굳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