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밴쿠버 친구로부터 전화가 들어온다.

“야 야, 마늘 쫑 가위로 자르지말고 깊숙이 손을넣고 그냥 뽑아라.” 어제 나간 글을 읽은 친구가 내가 가위질로 마늘 쫑을 자를까봐서 걱정스레 전화했단다. 그 이유는 깊숙히 줄기에 들어있는 쫑도 건지고 그것이 더 연해서 맛도 좋으니 위만 똑똑 잘라내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너는 서울살았는데 어떻게 그걸아냐고 물으니 옛날에 할머니댁에 방문하면 할머니께서 그렇게 하시던 것을 보았단다.  뿐만 아니라 이 친구는 감을먹고 씨앗을 화분에 심었는데 4 그루가 싹이나서 제법 잘 자란다고 한다. 자기는 땅이 없으니 내게 양자로 보내겠단다. 다음 주에는 이 어린 감 나무 4 그루가 배 타고 들어올 모양이다.

“우리 살아 생전에 이 감나무에서 감 따먹겠나? 일단 감이 나면 기르는 것은 내가하고 먹는것은 절반 나누자.”

“아니다. 니 다 먹어라. 감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렇게 아침부터 수다가 길어졌다.

마침 마늘쫑을 자르러 가던 참이라 시간이 절묘하게 잘 맞았다며 친구에게 고맙다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작년에 마늘 씨앗 90개를 심었는데 심은것이 하나도 손실되지 않고 다 영글어간다. 아마도 이달 말경에는 다 뽑아야 할 듯 하다. 구글 검색을하니 누런잎이 몸체의 절반이상 되는 시기가 마늘 추수할 때라고 한다. 내 생전에 마늘도 다 심어보니 신기하다. 마늘 심어보라고 알려준 친구가 여간 고맙지 않다.

마늘밭에 내려가 예쁜 쫑을 하나씩 뽑아보았다. 두 손을 부드럽게 잡고 안에 것이 잘려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뽑아올리니 매끄럽게 쫑이 쏘옥 빠져 나온다. 거의 절반은 잘 뽑아졌고 나머지는 공을 들여도 중간에 ‘뚝’ 잘라져 버린다. 쫑 90개를 다 뽑으니 제법 많다. 부엌으로 가져 들어와 정리를하고 피클 소스를 끓여 병에넣으니 오전 시간은 휘익~ 지나가 버린다.

옛날 엄마가 자주 말 하던 것이 생각난다. “밖에나가 돈 안 벌고 집에서 있는 여자가 가장 바보다.” 내가 왜냐고 물으니 “집안일은 표가 안나서 아무리 하루종일 종종 걸음을치고 집안일을 해 봤자 보수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나 역시 하루종일 일은 했는데 과거 일 나갈때와 다름없이 하루가 쏜쌀같이 지나가 버렸다. 집안과 정원을 뱅뱅돌다가 일을 많이 한 것 같기는 한데 정말 별 표가 나지 않다. 물론 오늘의 보수는 Zero 다. 흠~ 엄마 말이 맞네.

그러면 나는 정말 억울할까? 무엇을 하던지 옛날에는 시간에 쫒기면서 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다지오’로 일 할 수 있으니 내 신체의 안식을 어찌 돈으로 환산 할 수 있으리. 또한 오래전에 그리던 그림 하나는 마무리 했고 하나는 거의 완성됐다. 이제는 쉬는 연습도 조직적으로 잘 연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