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이런일이…

몇 년 전 부터 내 터 밭에 씨앗을 제공해 주는 친구가 있다. 작년에 아욱씨를 듬뿍주어 아욱국을 여러번 해 먹었고 그 전 해부터 도라지와 더덕씨를 보내주었었는데 어쩐 일인지 도라지와 더덕이 나오지 않아서 해 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도 친구가

“너 밭에서 도라지나 더덕 나왔나?”

“아니”

“어떻게 심었노?”

“니가 말 해준 대로 깊이 심지말고 흝뿌려놓고 거름을 슬슬위로 뿌리고 물을 주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심은지 벌써 두어달 되어가는데 다른 것들은 다 나와서 따 먹기까지 하는데 이것은 감감해.”

“어이구, 어쩐 일인고? 다른 집들은 다 나온다는데. 혹시 새들이 씨앗을 쪼아먹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우리집에 새들 엄청 많거든.”

아침에 꽃 밭에 물을주면서 아래 보라색꽃을 보는 순간 앗~ 이것이 도라지 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미친다.  얼른 컴퓨터를 켜고 도라지를 치니까 바로 보라색과 흰 도리지 꽃 들이 좌악 나온다. 어머머… 내 입에서 즐거운 탄성 그러나 잠시 후 부끄러운 마음이든다. 이 꽃은 해 마다 마당에서 화려하게 피어왔는데 나는 이것이 도라지 꽃과 비슷 하다고만 생각했지 도라지 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이놈을 다른 장소로 옮기면 그 자리에서 또 꽃이 올라와서 지금 화단에 많이 퍼진 상태다. 다시 검색에 도라지를 치고 언제 뽑아 먹을 수 있는가 알아보니 2~3년 이고 더욱 약효과가 좋으려면 4년은 기다려야 한단다. 단 도라지를 크게 먹으려면 꽃을 피우지 말고 대공을 20cm 남겨놓고 위는 다 잘라주어야 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여지없이 꽃을 미리 다 잘라야겠다.

도라지를 구별못해 친구와 둘이 툴툴거려온 몇 년의 세월을 생각하니 우습기 한이없다.  내일아침 친구가 이 글을 보면 “이~씨~”하면서도 엄청 기뻐 할 것 같다. 이 참에 더덕꽃이 어떻게 생겼나 찾아보았는데 더덕 꽃은 우리 밭에서 정말 안 보인다.

또한 이 같은 친구 (별명 코스모)가 그저께 보내온 감 나무 세 그루를 소개한다. 작년 가을에 한국에서 온 감을 사 먹고 씨앗을 화분에 여러개 꽂았는데 4 그루가 살았다고 한다. 한 그루는 좀 비실비실해서 안 보내고 3 그루를 보내왔다. 내가 감을 너무 좋아해서 혹시나 하고 심어보았는데 집 베란다 유리문 안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자랐다. 이 감나무에서 감 따먹기위해 우리는 열심히 운동하여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둘이 다짐하기 까지했다. 이뿐 아니라 매번 언니가 손수 담근 집 된장을 한 보따리 보내주어서 냉장고안이 풍성하다. 몇 십년동안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살가운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이 밤에 이 친구를 생각하니 너무 고맙다. 이 푸른 감 나무 잎처럼 우리들의 우정이 이 세상 끝나는 날 까지 푸르게 이어갈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스모야 정말 고마워. 그리고 도라지 꽃 일찍 발견 한것 미안해. 용서해 줄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