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후 일찍 집으로 와야했다.
예정대로 성가대회식이 있는 날 이었다. 지휘자를 찾아 교회당 한 바퀴를 휙 돌았는데 그녀는 본당에서 피아노를 치고있고 있었다.
“할말이 있어요.”
“권사님 무슨 할 말요?”
“그러니까 우리집에 올 때 아무것도 사 오지 말아요. 꽃은 정원에 무지하게 피어있고 어제 또 내 은퇴를 기념한다고 문학회원중에 꽃을 사온 분들이 있다오. 꽃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나는 원하지 않소. 그냥 가볍게 오소.”
“네~ 에~ 권사님” 지휘자 심집사가 고맙다며 나를 향해 방긋웃는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온 대원들. 손에 무엇인가 무겁게 들고 들어온다.
“이거 왜 규칙을 지키지 않는거요?”
“얼음 넣을 큰 그릇이 필요해요.” 자신들이 마실 음료수에 얼음 두 봉지까지 사 들고 온 대원들. 과자와 북어포를 가져온 대원. 와글와글 요란하다. 조용한 우리 집이 연중 가장 시끄러운 시간이다. 조금 일찍 온 박집사가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며 도마와 칼을 집어든다.
“박집사 묵 장을 좀 만들어주소”
“그리고 다른 박집사 당신은 밭에 나가 상추를 넉넉히 따와줘요.”
이렇게들 합심하여 저녁을 상을 잘 차리게됐다. 음악의 천재 박규동집사는 언제나 오이김치 대장이다. 떡과 고등어 구이, 도토리 묵, 고사리나물, 갈비 살, 떡볶이, 밭에서 갖따온 상추, 배추김치, 오이김치 모두들 신나게 들 잘 먹는다. 전체 사진을 다 찍고 음식을 중간쯤 먹었을때 조금 늦게 도착한 김목사 내외가 들어온다. 이분들은 우리집이 첫 방문이다.
한창 식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우리집 냉장고에 맥주도있소. 아들 회사에서 가져온…”
대원들이 까르르 웃는다. “왜 들 웃소?”
지난 번 내 글에 아들 맥주 공장 얘기가 있었는데 대원들 중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무슨 얘기인줄 안다. 맥주를 마시겠다고 손 드는 대원들은 한 사람도 없어 나는 다행히 맥주를 세이브 하게됐다. 목사님이 이 대목을 읽으시면 저으기 안심이 될 것같다. 아무튼 한국교인들은 신앙과 술 한 모금을 매우 예민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것에서는 해방된지 오래다. 건강상 절제할 뿐이다.
젊은 사람들은 얘기들도 재미있게 한다. 나도 옛날에는 제법 말 했던것 같은데 이제는 힘이 없는지 늘 경청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까르르 깔깔… 한번씩 힛트치는 심정숙집사. 거기에 맞장구 잘치는 박규동집사. 아무튼 우리교회 성가대원들은 이래저래 두 집사로 더불어 늘 웃고산다. 성가대원들 목소리가 날로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는 미리가고 남아있던 몇 분과 스무디까지 만 들어먹고 밤 9시에 모두들 떠났다. 이제는 왕왕거리던 사람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디쉬워셔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마당에나가 밭에 물을 주는데
“앗, 이런” 내 입에서 기막힌 소리가 나온다. 상추 뜯어오라고 했는데 어느 상추들은 잎을 너무 많이 따냈다. 어느놈은 완전 줄기만 보이고… 쯧쯧. 내 이래서 아무나 밭 일 못 시킨다니까. 곁에 잎이 넓은 다른 상추들도 많은데 왜 요놈들은 요절을 냈을꼬? 여름 내내 따 먹어야하는데, 입 맛을 쩍 다셔보지만 워낙 밭에 상추가 많아서 염려 할 일은 전혀 아니다.
모기에게도 물리고 파리떼 들도 부엌에서 웅웅 거리는 살 맛 나는 여름이다.
제발 여름이 길고 또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