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다른집에와 있다.

예정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하니 며칠 전 부터 이집을 지키던 사람이 나와 교대하려고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미 지난 주 Job Description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알아야 할 일은 없는 듯 했으나 그는 친절히 설명을 해 준다.

“중 개 두 놈들이 밥을 주려면 서로 앗아가려고 난리를 쳐요.”한 놈에게 먼저 “Sit~”하면서 명령을 내리고…. 요 하면서 내게 긴 설명을 한다. 내가 “Okay I got it. Don’t worry.”

여름 낮은 화려하다. 정원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폭포수까지 있는 마당을 서성여본다. 중 개 두 마리가 나를 따라다니며 장난질을 친다.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은 못 하겠지만 개도 요령껏 하면 말을 듣게 되어있다. 우선 제압하는 일이다. 내가 너를 해치지 않고 보호해 준다는 위안감을 주면서 “그러나 너는 내 손아귀에 있어”란 듯 긴 막대기를 손에쥔다. 개들이 흥분하여 너무 날뛰면 바닥을 탁탁치면서 “Quiet, Sitdown” 등등의 소리를 크게치면 개들이 기가 죽고 스르르 떠난다.

정원에 물을주고 있는데 개들이 친하자며 마구 손등을 핧는다. 나는 개의 침을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어서 얼른 정원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닦아냈다. 점심 밥을 줄때 두 그릇을 똑 같이 만들어 한 놈을 먼저 자기 집 안에 집어넣고 다른 놈은 밖에서 주니 싸울일 없이 모두 ‘냠냠’하면서 잘 먹는다.

책을보는데 졸음이 온다. 고급 호텔같은 내가 잘 방안에 들어가 낮잠을 청하는데 작은 강아지가 어떻게 알고 방 문 밖에서 낑낑 거리며 자기와 놀자고 한다. 모른척하고 잠드는 엘리샤~ 이렇게 낮 잠 자기를 두 번.  와 와~~ 은퇴 하더니 낮 잠도 두 번이나 잔다. 그것도  돈 벌면서. 으 흐 흐 흐.

집에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다.

화장실문을 구태어 잠글 필요가 어디있노? 집 안에 먹거리가 수두룩하다. 지금 컴퓨터 앞에도 사탕과 마른 과일 바나나 오렌지 쵸클릿등이 쌓여있고 클러젯 안에는 더 많아 마치 작은 상점같다. 냉장고 냉동실에도 아이스크림들이 가득 기타 살짝 마이크로웨이브에서 해결될 간식거리가 빼곡하다.

아무리 음식이 많다해도 내가 먹성이 크지 않아 모든 것을 눈으로만 볼 뿐이다.

가져온 책을 보고있다. 이런 집에 왜 하필이면 이 책을 가져왔을까? 책 제목이 ‘숨그네’다. 숨도 그네를 타나보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숨그네>(헤르타 뮐러/문학동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한다는 뜻이 담긴 책 ‘숨그네’다.

2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인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그려냈다는 평가는 받는 작품.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상황을 응축된 시적 산문으로 그려내어 오래오래 남는 소설이다.  곳곳에 베어있는 배고품의 묘사들을 소개해 본다.

** 내 귀중품은 설탕과 소금이다.

** 베개 밑에 먹다가 아껴둔 딱딱한 빵이 있다.

** 우리는 휴한지가 시작되는 곳으로 갔다. 눈이 높이 쌓인 공장 뒤쪽 담벼락 앞에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그날 밤 총살을 당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인 사람들 중 되도록 앞 차례가 되고자 앞줄로 파고들었다. 죽기 전에 시체를 트럭에 싣는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 삽질은 힘들다. 삽질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것도 고역이다. 이것은 이중의 절망이다. 삽질을 할 때는 삽질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일을 버텨내지 못한다. 나는 무너지기 직전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목젖이 붓는다. 배고픈 천사는 입 안에, 내 입천장에 오롯이 매달린다. 그건 배고픈 천사의 저울이다. 그리고 내 숨결은 그네를 뛰게 한다. 숨그네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다.

** 나는 야간 작업을 마치고 이른 아침 초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오후의 텅 빈 수용소 마당으로 이끈다. 배고픔이 눈을 뜨고, 배고픈 천사는 나를 식당 뒤편의 음식 쓰레기 더미로 데려간다. 나는 배고픈 천사보다 한 걸음 뒤쳐저 비틑비틀 걷는다.

** 빵 도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굶주림 앞에서는 살인도 저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훔쳐간 카를리 할멘에게 우리는 사냥개 떼였다. 살의가 이성을 삼켰다. 우리는 얻어맞아 오줌을 지린 속옷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카를리를 막사 밖 어둠 속으로 질질 끌고갔다. 2월이었다. 그를 막사 벽에 세웠다. 그는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바지를 내려 빵도둑 카를리리 할멘의 얼굴에 오줌을 누었다. 그는 이틀 동안 보건막사에 누워 있었다.그리고 얼마 후 곪은 상처와 부은 눈, 시퍼런 입술로 다시 식당에 나타나 우리 사이에 앉았다. 빵 도난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고, 모두가 평소와 다름 없이 행동했다. 우리는 카를리 할맨의 도둑질을 질책하지 않았다. 빵의 정당성은 배고픔이 뒤따르지 않는 폭력과는 다른 폭력이다. 빵의 법정에는 일반적인 도덕이 들어설 수 없다.

** 나는 수프를 반 숟가락만 떠서 천천히 조금씩 들이마신다. 한 숟가락씩 마실 때마다 침을 삼키며 천천히 먹는 법을 터득했다. 배고픈 천사가 말했다. 침을 삼키면 수프를 더 오래 먹을 수 있어. 또 일찍 잠자리에 들면 배고픈 시간이 줄어. 수저도 한 무리 이고, 양철그릇도, 후루룩 삼키는 소리도, 식탁 아래 바닥을 문지르는 밤도 한 무리이다. 수프는 몸을 덥히고 목에서 살아난다. 나는 크게 후루룩 소리를 낸다. 수프는 귀로도 먹어야 한다. 나는 수저질을 몇번 하는지 세지 않으려고 꾹 참는다. 세지 않으면 16이나 19보다 많다. 그 숫자를 잊어야 한다.

** 우리는 수용소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시체를 치우는 법을 배웠다. 사후경직이 시작되기 전에 죽은 이들의 옷을 벗긴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그들의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아껴둔 빵을 먹는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 죽음은 우리에게는 횡재다.

** 죽은 사람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전리품만 보인다. 시체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입장이 바뀐다면 죽은 사람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치다. 흔들림 없이 어설픈 만족감으로 시체를 처리한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감정과는 다른다. 죽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이 줄어들수록 삶에 더 악착같이 매달리게 되는 듯 하다. 빵 법정처럼 시체 처리도 현재만을 안다. 하지만 난폭하지 않다. 공정하고 순하게 진행된다.

** 우리가 뼈 남자와 뼈 여자가 되어 성별이 사라진 후로는 배고픈 천사와 짝짓기를 했다. 배고픈 천사는 제가 이미 훔쳐간 살마저도 희롱하며 점점 더 많은 이와 벼룩을 침대로 데려왔다. 뼈와가죽의 시간은 매주 한 번 작업이 끝난 후 수용소 마당에 줄을 서서 이를 잡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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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절반 읽은 것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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