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할아버지댁이다.

나와 교대하는 건장한 서양남자분이 자기 임무를 다 하고 내게 인개한다. 우리는 접선하는 사람처럼 정확한 시간에와서 자기 할 일을 하고 간다. 지난 주 나는 부엌에 저장해 두었던  먹거리 날짜 지난 것들을 다 치웠는데 이분은 여러개의창고를 너무나 말끔히 치워놓았다. 역시 여자와 남자가 할 일이 다른가보다.

어제 패턴 잘라놓았던 것과 재봉틀 그리고 다리미까지 가져와서 종일 옷을 만들었다. 아무도 없는 유리가 많이 둘러쌓인 환한 집에서 바느질을 하니 그야말로 예술이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동안은 내집으로 생각하면서 즐긴다.

노란 웃옷을 먼저 시작했다. 천을 다 자르고 두번째 사진처럼 앞 뒤를 붙인 후 팔을 만들어 붙이는 과정이었다. 재봉틀 박기전에 일단 바늘로 시침을 해야하고 (팔은 움직여야 하기때문에 여분이 많아야 하므로 몸체보다 상당히 넓어서 붙이는 것이 기술이 필요하다.) 입어보니 어머나, 한쪽팔이 완전 거꾸로 박혀있다. 뿐만 아니라 원피스도 안감 박는 과정에서 다시 튿어내고 제 짝끼리 박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잘못된 부분을 튿어내는데 인내가 필요하다. 짝이 안 맞으면 절대로 옷을 만들 수 없고 비록 억지로 만들어 붙였다 할지라도 남에게 우사꺼리는 물론이요 나 자신이 불편해서 입을 수 없다.

이 작업을 하면서 인간사를 생각해본다. 가장 가까운 예가 부부관계다. 우리 주위에 왜 이처럼 안 맞는 부부들이 많은지 모른다. 다 말 안하고 사니까 그렇지 티걱테걱 난리들이다. 간혹 짝이 딱 맞는 부부를 보는데 딱 맞는 옷 입은 것 처럼 보기에 참 좋다.

패턴을 사서 옷 만들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한 번 만든 것이라면 눈 감고도 하겠지만 처음 만드는 옷은 언제나 긴장된다. 오늘역시 노란 탑도 그렇고 원피스도 간단해 보이지만 안감을 넣어야 하기때문에 복잡하다. 박음질을하기전에 미리 순서를 머리에 넣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영어 설명서로된 패턴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고주알 매주알 써 놓았는지 더욱 더 복잡하다. 나는 대충 설명서를 읽고 내 경험을 살려 옷을 만든다.

노란 웃 옷은 완성했고 베이지 원피스는 뒤에 지퍼달고 단 처리하면 완성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좋은 날과 좋은 환경에서 옷을 만들게 해 주셨으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