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매년 오월에 삼년째 가는 필리핀 단기 선교 여행이다. 이름 하여 May Medical Mission.

언제고 여유있을때 선교 해야지 하지만 그 여유는 수입이 늘어도 찾아 오지 않는다. 시간과 재정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가 않다. 계산을 해보니 가기가 꾀가 난다.

작년 선교 말미에 하나님이 이번해에는 한달있으라는 마음을 주셔서 이번엔 한국에 머무름 없이 바로 필리핀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갈때는 이렇게 멀지 않았는데 빅토리아에서 바로 선교지로 가기엔 제법 길고 긴 여정이다. 빅토리아에서 벤쿠버, 벤쿠버에서 인천 10시간, 인천에서 마닐라 4시간, 마닐라에서 바기오까지 6시간 버스 여정은 꽤나 먼 여정이었다. 5월 3일 오전 9:30에 집에서 나와 5월 5일 6시에 바기오에서 마중나온 선교사님을 만나기까지 15시간 시차를 빼면 꼬박 하루가 넘는 여행이었다. 올해 나에겐 5월 4일이 시간속으로 숨어 버렸다. 다음엔 빅토리아 청년들과 함께 단기선교로 와 보고 싶은 곳인데… 너무 멀다. 그래도 하나님이 환경을 열어주시면 올수 있으리라.

이번에 특별 기도제목은 ‘건강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였다.

89년 여름 수련회때 선교사로 헌신한 나와 필리핀의 인연은 1992년 부터이다. 대학생때 첫 발을 디딘 필리핀, 20여년이 지나 2015년에 다시 왔는데 변한게 별로 없다. 새파란 청년이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있는것 빼고는 필리핀은 여전했다. 약간 도로가 넓어지고, 좋은 차들이 더 많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찌프니가 내뿜는 매연에, 신호등없이 버스, Van, 택시, 오토바이, 찌프니와 Trycycle이 서로서로를 요리조리 살펴 신기하게 그나마 사고없이 양보하며 좁은 도로를 누비며 다니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6개월이 멀다하고 무섭게 변해 버리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의 중심섬인 루손섬 북부 1500m 고지에 자리 잡은 Baguio city에 둥지를 튼 Everlove 선교센타엔 필리핀 각지 오지 마을에서 온 13세~25세 사이의 아이들이 40여명과 한국 학생 4명 일본학생 1명이 선교사님과 함께 살고 있다. 교회를 세우기 보다는 사람 한명 한명을 세우는 이곳. 캐나다 보다 훨씬 못한 환경이지만 하나님과 삶을 향한 간절함과 말씀과 뜨거운 열정의 기도가 있는 이곳. 이민 사회에서 쪼들린 내 영혼이 충전되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현지 선교사님이 짜 놓은 계획 대로 움직인다. 가끔 나의 의견을 표현하긴 하지만 특별히 이변이 없는 한 순종이다.

첫 주일을 지내고 나니 찌프니 두대를 Rent해서 방학한 센터의 필리핀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스무명이 섞여 여름 성경학교 세팀으로 나누고 Medical Team으로 나누어 시골 마을 교회로 4일간 여름성경학교를 하러 떠났다. 첫 사역지 Bayambang, Pangasinan. 바기오와 마닐라 중간에 있는 무척 더운 지역으로 주로 농사에 의존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밀집지역. 우기철엔 어김없이 잠겨 가축이며 사람이며 물에 둥둥 떠 다녀야 하는 곳. 태풍으로 농사를 망치면 또 일년을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곳이다.

일주일의 평균 기온이 최저기온 29도 낮기온 38다. 머무른 Antie VIVI집은 보기에 그럴듯하다. 야호 지내는 곳은 괜찮은 곳이구나. 내심 안심이다. 안티 비비가 여기가 화장실이고, 하며 설명하는 곳이다. 필리핀식 변기가 있고 샤워시설이 되어 있고 물통 두개가 나란히 있다. 수도꼭지는 있으나 수도 시설이 안되어 있단다. ㅠㅠ 펌프질 해서 물을 물통 두개에 나누어 담아 볼일을 보고 난 다음에 처리하고 샤워까지 해결해야 하는 곳이다. 수도 꼭지가 있는데 물이 안 나온다. ㅠㅠ 캐나다 가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다. 선교현장이니.. 무슨 말을 하리요.

십대 아이들 누구도 그 환경에서 불평하지 않는데 어른인 내가 불평을 할수는 없다. 그런데 더워도 너무 덥다. 분명 모기장 안에서 하루를 잤는데 몸 곳곳에 헌혈이 안된 곳이 없다. 모기 뿐아니라 개미짓이란다. 이곳 저곳을 가려워 긁었는데 셀 수가 없다. 그래서 요놈들을 무시할수가 없다. 삼일째가 되니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다. 나의 몸의 열을 식힐 곳이 그나마 시내에 있는 맥도날드 아이스 커피 두잔이였다. 더위를 많이 타는 덕에 일주일 계획을 수정해서 오일째 되는 날에 선선한 바기오로 일단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