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집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함께 영화보고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인데 할아버지는 시리얼과 우유만 드시고 나는 내 것을 싸가지고 가서 둘이 마주보면서 먹는다. 할아버지는 서양분인데 식사가 끝나면 내 그릇까지 자기가 디쉬워셔에 넣어준다. 내가 무엇을 하려면 거의 화를 내기 때문에 나는 얌전히 구경만 해주면 좋아한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내 할 일은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다.  아는 분이 혹시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나는 “크윽~” 웃음을 터뜨린다. 할아버지는 팔십 팔세, 아직은 건강한 편이라서 모든것을 몸소 다 한다. 매일가는 것은 아니고 이틀 반만 간다. 꼭 내가와야 한다고해서 가족들이 나를 설득해 간 것이다. 흠 흠 ~~

“그러니까 엘리샤, 내가 얘기 했지만 (실은 이 이야기는 이미 여러번 얘기했다) 말요 우리 할아버지가 구십 육세에 돌아가셨어요. 나는 우리 부모님보다 할아버지와 더 친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백세 생일잔치를 멋지게 차려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어지요. 할아버지는 그때까지 건강했구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소리없이 세상을 뜨셨지뭐유.”

“왜요?”

“그건바로 우리 고모 때문이었소.”

“고모가 왜죠?”

“할아버지가 약주를 매일 드셨는데 그 날 할아버지 드실 술을 몽땅 싱크대에 버렸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술을 마실 수 없어 돌아가셨다우.”

“그게 말이되냐요? 어째서지요? 술은 몸에 안 좋은데…”

“흥, 우리 할아버지는 열 네 살때부터 술을 드셨고 술 때문에 실수 한 적이나 남을 괴롭힌 적 없었지요.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이었고 특히 하나뿐인 손자 나를 지극히 사랑해 주었다우. 할아버지가 나와 작별인사도 없이 세상을 뜨셔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 컸다우. 그 이후 고모가 아파서 병원에 있을때나 죽었을때도 나는 고모를 보지 않았소.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고모에게 선언했어요. 할아버지를 죽인 고모를 다시 안 본다구요.”

“그건 좀 너무 하지않으셨어요? 고모가 할아버지 술 드시는 것을 절제시키기 위했을텐데요.”

“그게 말이되요? 열 네 살때부터 마시던 술을 아흔 여섯에 왜 끊어야 한단말이요. 당신 드실만큼 행복하게 드시다가 가게 하는 것이 자식 도리아닌가요?” 이 집 할아버지는 이 대목에서 지금도 펄펄뛴다.  고모를 멍청이 바보라며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흥분한다.

“아, 알았어요. 흥분 가라앉히세요. 할아버지도 고모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요.”

“나는 지금도 고모를 용서 못해요. 내가 고모 생전게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바로 고모 당신이다.”라고 말해주었어요.

“아이고나 고모님도 당신때문에 무척 속상하셨겠어요. 두고두고 원망을 했으니.”

“상관없소.”

할아버지의 백세 생일상을 차려드리지 못한 손자인 이집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한을풀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가끔씩 흥분하는 현재 할아버지를 진정시켜 주는 것이다. 참~ 파트타임도 가지가지다.  내 인생에 예상치 못한 파트타임,

다음호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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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온실으 토마토들이 익어가고 있어 하나 둘씩 따 먹고 있습니다.   연꽃 그리던 것을 손 보고 있습니다. (오른쪽) 할아버지댁의 연못 연꽃(왼쪽)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