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과의 점심 약속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서 자동차에 탔는데, 강한 햇볕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때, 사정이 생겨 한 시간 늦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이고’ 하며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근처 주차장에서 그늘을 찾아 차를 세웠다.
그늘에 들어서니 숨이 편해졌고, 차창을 활짝 열고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더블린 사람들’(제임스 조이스)이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비치며 책 위에 알록달록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몸이 시원해지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약속이 늦어진 덕분에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상쾌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양지만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양지보다 음지가 더 좋다는 것을 느꼈다. 삶이 항상 양지만 가득하다면 사람은 나태해지고, 남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질 것이다. 자생력도 약해져 호강하던 시간이 사라지면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음지에서의 경험은 생활력을 키우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음지가 항상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약속 시간에 맞춰 만난 그 사람은 이제 이곳에서 일하지 않게 되어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사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종과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사이였지만, 이해관계 없이 서로를 인정하며 친구가 되었다. 아쉬운 작별을 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약속 시간이 바뀌어 음지와 양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신 그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대박, 매일 대박 인생! 내일도 또 대박을 터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