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창한 여름이다.
지구 곳곳에서 열기와 습기에 못이겨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신문보도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한국도 37도를 웃 돌아서 숨이 막힌다고 난리고 미국 엘에이 언니도 어느날은 47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는데 평균 40도 라며 밖에 나갈 수 없어 꼼짝 없이 에어콘 앞 앉아 있다고 한다. 빅토리아도 요즈음 만만찮게 덥지만 에어콘을 켤 만큼 덥지는 않아 퍽 감사하다.
점심 초대를 받아 간 곳이 Spinnakers Gastro Brewpub 이다. 바다를 쳐다보며 여자 둘이 수다를 떤다. “이곳은 맥주가 유명해요.” “그래요?” 나는 이곳이 처음이라 그져 바다 분위기와 식당 분위기만 보아도 기분이 Up 된다. 나는 약간 씁쓸한 맥주를 주문했는데 실망하지 않았다. 식사후 Trail 을 걸으며 나의 요즈음 근황을 얘기하는데 재미있다며 열심히 들어준다.
바다는 지금 절정에 다달았다. 커다란 배, 작은 배, 여럿이 노 젓는 배, 수상 비행기, 오리 떼, 새 떼, 모든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음이 이토록 아름답다. 내 눈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내가 살고있는 랭포드는 약간 시골이다. 빅토리아가 삼지 사방에 물이 둘러쌓여있지만 그래도 운전해서 돌아다녀야 물을 본다. 그동안 일 하느라 내가 가는 곳만 늘 다녔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곳도 그냥 지나치고 살아왔었다.
초대 해 준 분이 사는 집이 이 근처라 집에까지 초대되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조용하고 말끔하다. 리빙룸이 유리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접해있다. “와 와 와” 나는 어린아이같이 좋아라 박수를 쳐 댄다.
“이곳으로 오셔서 선생님 그림을 보세요. 빅토리아에서 처음으로 팔렸던 해바라기 그림요.”
“어머나 그렇죠? 이거 맞네요.” 헤어졌던 자식을 만난 것 처럼 반가운 내 작품들이 거실 벽에 나란히 걸려있다.
빅토리아에서 만난 가장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들이다. “내 얼굴은 내 놓지 마세요.”라는 말에 내(Alicia)얼굴만 올려놓는다. 이들 부부는 매일 새벽마다 한 시간동안 이 좋은 Trail 을걷는단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을 보면서 때로는 사진도 많이 찍어 올려놓는다. “아, 이곳 이었네요. 그때 그 설경…” “네 맞아요.” 눈에 익은 정경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면서 걸었던 하루는 내게 좋은 자양분이 된 듯하다.
‘아일랜드 나잇’ 행사를 위해 오이 김치 한 통을 담궈놓고 자리에 든다.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초대해 주신 분께 다시 감사드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일랜드 나잇 Update :
Donation : 아일랜드 수시 (식권 4장), 빅토리아투데이 (100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