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허 허 ”
이렇게 제목을 붙여놓고나니 입가에서 웃음이 스르르 번진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화장기 없이 종일 지내다보니 내 시간을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 실은 할아버지네 다섯시간 반 일 가는 날이었는데 말라햇에 아침에 3중 추돌 교통사고로 사망자까지 나왔다. 이로인해 양쪽 프리웨이가 지난번 처럼 또 막혔단다. 집 주인이 자기도 집 나갔다가 3시간 반 만에 겨우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면서 집에서 쉬라고 연락이왔다.
돈은 줄어도 쉬는것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낮잠 한 시간을 잔 후 그리던 그림들을 하나씩 꺼내 다시 정리했다. 위 그림은 (대표) 상당히 큰 사이즈인데 문화소개하는 그림이다. 3년 전에 그렸던 것인데 사람 아래쪽에 있던 색상들이 늘 마음에 꺼려왔는데 그것들을 손질했더니 휠씬 더 보기좋아졌다.
또한 두개의 작은 배 그림들도 내 눈을 거슬리는 부분들이있었다. 사이즈도 변형시켰고 색상도 다시 올려놓으니 생동감있게 표현됐다. 배는 작년 가을에 땄던 우리집 배 들이다.
다음 마늘 그림을 보자 ,이것도 금년 초 여름에 마늘 추수를 한 후 시작한 그림인데 바쁜날들때문에 중단됐다가 손질하게됐다. 추수한 생 마늘이 여러달이 지나고나니 물기가 빠지고 잎들이 모두 시들어버렸으나 내 책상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며 교감하고 있다.
바쁠때는 한 밤중에 그림 다 그리고나면 피곤해서 붓을 Thinner에 담궈놓고 하루 이틀 지냈는데 오늘은 금방 씻어 자리에 넣고 그림 그리는 방도 더 깨끗히 청소했다. Anne of Green Gables 씨리즈 5개 중 하나르 보게됐다. 영화속에 내가 다녀왔던 P.E.I.정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오, 정말 아름다운 동네야.” 내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P.E.I. 에서 점심먹던 식당에서 가져온 부동산 소책자를 뒤져 가장 싼 집을 둘러보았다. 3만 5천불 짜리 카티지가 눈에띈다. 땅이 1.2 에이커다. 이게 왠 떡? 내 눈에 불이 반짝인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전화를 넣으니 반갑게 받는다. “이 카티지에 전기와 물이 들어옵니까?” 대답은 “No”로 돌아온다. 잠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푸른 초원에 서서 멀리 석양을 바라보는 엘리샤를 상상해 본다.
저녁 반찬으로 마당에나가 부드러운 깻잎을 한 보따리 따와서 찜통에쪄 우리 밭 마늘을 듬뿍 넣고 역시 내가 숙성시켜 만든 새우젓 국물에 양념을해서 상위에 올리고 온실에서 따온 토마토 한사발과함께 밥 2 그릇 뚝딱 해치운다. 음악은 종일 흐르고 나는 긴~ 꿈속에서 하루 살았다.
** 쉬는 것은 이렇게 좋구나.
** 내일도 나는 늦게 일어나도 되는구나.
** 내가 즐겨야 앞으로 얼마나 즐길꼬?
쉬는것도 느끼면서 쉬어야 그 값이 배로 뛴다. 내일도 내게 주어진 쉬는 시간을 또 감사히 받아야겠다.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