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샤 안경위에 뒤집어 쓴 것 뭐요.” 바비 할아버지가 내게 묻는다.
“아, 네 이것말이죠. 얼마전 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실은 요즈음 Blue Light 때문에 현대인들이 눈을 많이 상해서 눈 보호 하는 거예요. 우리 언니가 거의 실명 단계에와서 너무 겁나서 나도 미리 예방하는 거죠.”
“음, 거 너무 벌벌떨고 살지말어요. 언니가 엘리샤처럼 빼빼하오?”
“아뇨”
“그럼 언니가 먹는것 엘리샤처럼 똑같이먹소?”
“그렇지 않지요.”
“거봐요. 아이구, 아무리 형제라도 내가 가진 병이 다른 형제에게 꼭 갈 수 있다고 너무 그리 생각말어요. 나는 내 위로 형 하나 있었는데 얼굴도 몰라로 일찍 죽어서. 나는 이렇게 88세가지 건강하게 살잖소. 그렇게 벌벌떨다가 오히려 제 명대로 못 살겠어. 그져 마음 편하게 매일매일 사는게 최고지. 으 흠 흠.”
할아버지 댁에서 일 하는 날이다. 휴가가느라 오래 못왔는데 오랫만에 만나니 반갑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나를 어린 여자로 생각한다. 크 크 크 웃음이 나온다.
“그래 딸네집 갔다온 얘기 좀 듣고싶소.”
“딸네집에가서 아주 즐거웠어요. 참 P.E.I. 가보셨지요? 난 이번에 그곳에 홀딱 반했는데요. 너무 근사해서 그리로 가서 살까 잠시 생각도 해 보았어요.”
“마음이 내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는거요. 잠깐~ 그러나 나 죽고나서. 으 흐 흐.
나는 영국에서 살기를 원했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 했소. 할머니가 영국 귀족출신이라 상당히 많은유산도 받아올 수 있었는데 게으른 울 아버지가 가지 않았소. 내가 열 다섯 살 때였는데 그때 내가 얼마나 성화하며 아버지를 등 떠밀었는데도 안 갔다우. 아이구… 울 아버진 내 평생에 도움이 안됐어요. 영~~” 이 이야기는 벌써 수 십번 듣던 얘기인데 오늘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를 박박가는 모습이다.
오후 4시 경 영화를 보는 도중 또 졸음이 찾아온다. (집에서 다리 주욱 벋고 낮잠자는 이 시간) 이제는 절대로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부라리며 자리에서 일어 서서 영화를 보았다.
“나 저녁 먹고 이층에 운동하러 올라가도 될까요?” 내가 바비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저녁 먹고 운동하면 소화 안되는데 지금가서 하지. 내 걱정이랑 하지 말고. 난 혼자 영화 볼테니까.”
“캄사합니다. 그럼 나는 이층으로 올라갑니다.”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내가 이 집에서 자유인이 되기를 원한다. 세상에 별 직장도 다 있다.
‘핫둘 핫둘’ Trademil을 타니 졸음은 일사천리 도망가고 창밖으로 비치는 바다의 끝자락, 그 위로 유유히 떠 가는유람선이 눈이 들어온다. 바람이 부니 한 여름 쑤욱 키를키운 나무들이 서로 어깨 흔들며 두런두런 얘기하는 듯 하다. 봄에 연두색 잎들이 돋을때 참 고왔는데 이제 그 빛이 조금씩 누렇게 변해간다. 계절이 벌써 3개나 지나고 있다. 운동을 하고 계단을 내려오니 바비 할아버지가 벌써 시리얼과 우유를 따라 놓았다. 우리 함께 먹을 저녁이다.
밤 열 시면 바비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진정제와 몇 가지 약을 들고 잠자리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 아홉시까지 조용하다. 내가 책상위에 올려놓은 책과 공책 그리고 컴퓨터를 보더니
“뭘 하느냐”고 묻는다.
“매일 쓰는 글 잠시 쓰기위함이죠.”
“잠시 할 일이 아닌 듯혀, 무리하게 살지말어요.”라며 혀를끌끌차며 침실로 들어간다.
개 2마리 강아지 1마리도 모두들 잠들은 이 시각 모든것이 정지된 듯 하다.
“겁내지 말고 살어요.” 할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말해도 나는 여전히 겁내면서 지금 노란 안경 보호대를 끼고 이 글을 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