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고통의 작가 막심 고리키작품 ‘은둔자’를 읽다.
고리키는 러시아어로 ‘고통스러움, 쓰라림’을 뜻한다. 막심 고리키. 그러니까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 이라는 뜻으로 들리는 이 이름보다 더 강렬하게 작가의 삶과 문학을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 법 하지 않다.
그는 러시아 중부 지역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고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졌다. 이 작가도 어릴때 아버지를 잃는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을 갓 마치고 세상으로 내몰려 온갖 하층 직업을 전전하며 부랑자처럼 러시아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우째 유명한 작가들은 모두다 태어남부터 불행한지 모르겠다.
<마카르 추드라>로 등단한 고리키는 1898년 두 권의 단편 작품 모음집을 출간하면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전 유럽의 주목을 받게된다. 이로인해 비록 그는 최하층 부랑자 출신이었으나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다. 또한 그는 러시아문화의 수호자로 불렸으며 말년에는 소련작가동맹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되기까지 한다.
그는 1905년 평화적인 권리 청원 시위를 폭력으로 짓밟은 ‘피의 일요일 사건’에 대한 분노와 항의를 담아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내는 호소문을 작성하여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체포, 투옥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7개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그 중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 얘기다. 지하실의 답답한 빵공장에서 일하는 스물여섯 명의 노동자들은 아무 희망도 없이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들에게 매일 아침 빵을 얻으러 찾아오는 처녀 타냐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삶의 이유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 빵공장에 멋쟁이 빵구이가 나타나고 그는 즉시 주변 여공들이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 사내가 자신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 시기심을 느끼면서, 그리고 자신들의 우상인 타냐는 그런 사내에게 마음을 절대로 뺏기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지하실의 노동자들은 타냐를 유혹할 수 있는지를 두고 그 사내와 내기를 벌인다. 작가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장을 세세히 묘사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심리 역시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얼마나 힘들면 아침에 나타나 빵을 얻어가는 처녀를 각자의 애인으로 흠모하며 하루를 견뎌낼까. 마지막 장면을 읽는 나는 숨을 죽인다. 과연 타냐가 그 이웃 빵구이 멋쟁이에게 넘어갔는가 싶어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절대로 타냐는 넘어가지 않을 꺼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드디어 그 멋쟁이 빵구이가 타냐를 시험한다. 빵구이가 지하 창고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을 이 스물여섯명의 사내는 이 빵구이가 들어가는 지하 창고문을 문틈으로 숨 죽이며 바라본다. 조금 후 타냐도 종종 걸음으로 그 지하 창고로 들어간다. 지하 창고에서 먼저 나온 것은 빵구이었다. 콧 수염을 씰룩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유유히 마당을 가로 질러간다. 그 뒤에 타냐가 나탸났다. 그녀의 두 눈… 그녀의 두 눈에는 기쁨과 행복이 빛나고 있었다. 입술에는 미소가 가득히 번져있었다.
그녀를 에워싼 스물 여섯명의 사내는 타냐가 그들을 배신한 일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다. 그녀는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가장 훌륭한 것을 그녀에게 바치고자 했다. 그녀의 죄는 받아 마땅하다! 사내들은 참으로 심하게 그녀에게 모욕을 퍼부었다. 그녀는 말없이 사나운 눈초리로 그 사내들을 쏘아보며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사내들의 포위를 벗어나자 타냐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더욱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
“오, 더러운… 오. 이 역겨운 불량배들!” 그러고는 몸을 반듯이 세워 당당하고 아름답게 사라졌다. 사내들은 마당 한가운데 진창 속에서 비를 맞으며 그대로 서 있었다. 태양은 창문 틈으로라도 그들을 들여다보는 법이 없었고 타냐역시 더이상 사내들을 찾아오지 않았다.
작가는 지하 창고에서 빵구이와 타냐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상상을 독자에게 맡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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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여성회 모임이 우리집에서 있었다. 여러시간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모두 잘 먹고들 갔다. 이사를 가기위해 떠나는 임원과 새로 빅토리아로 들어와 여성회를 돕겠다는 분도있었다. 7년동안 한결같이 수고하는 유현자회장과 모든 임원들의 노고는 한결같다. 나도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