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가족들이 하루 긴 나들이 가는 바람에 나와 개 3마리만 집을 지켰다. 덩실한 집에 사람은 하나 그것도 나이든 비리비리한 여자, 고요가 비집고 들어온다. 가져간 책을 읽고 다음 달 초 빅토리아투데이’ 신문에 나갈 내 글을쓰고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데워먹는다. 눈이 피곤하면 마당에 나가서 멀리까지 벋어있는 소나무 잔나무 낙엽송들의 물들어 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본다.

봄에 이 집을 방문했었는데 그 사이 벌써 3 계절이 넘어가고 있다. 오후에 내 침대로갔다. 근사한 호텔 방 같이 아름다운 방이다.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 몸을 누윈다. 작은 강아지가 졸졸 따라와 침대 모서리에서 킁킁댄다. 개도 사람이 그립다. 개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작은개는 할아버지가 우리들 몰래 간식을 자주 주어서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나는 요즈음 작은 강아지한테는 자기 밥 이외는 아무것도 안 준다. 매정한 아줌마(할매)라고 중얼거릴련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매정하다.  평소 할아버지는 내 눈치를 보면서 그래도 하나 더 주자며 간식통으로 손이가곤한다. 이러니 사람이나 개나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 한테 맞기면 일 난다. 강아지가 내가 올때보다 훨씬 몸무게가 늘었다. 저녁에 해가 넘어가면서 뿌연 하늘을 남겨놓는다. 식탁에서 내다보는 정경은 자못 눈물을 흘리게한다. 식탁위에 늘어져 있는 컴퓨터와 책 공책과 안경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주인이 돌아와서 수고했다며 나를 독려한다. 종일 흔들거리며 놀고 TV Mr. Sunshine 도 보고 책 읽고 공부하고 내 글쓰고 했는데 주인은 언제나 내게 너무 고맙다고 말 한다. 나는 인생이 살다보면 억울한 일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한다. 지금 힘들어도 그 보상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그런 교훈도 느끼게 된다. 분홍빛 노을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th Island Night : 시낭송

시인 서희진 : ‘순수의 전조 ‘William Blake (Auguries of Innocence)

서희진시인은 빅토리아 문학회 회원으로 유일한 시인이다. 조용하면서도 낭랑한 서 시인의 시 낭송을 모두들 아름답게 듣고 행복한 아일랜드 나잇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