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돌이에가서 식혜가루를 몽땅 사왔다.
집에 있는 것과 합해서 이번주일 Thanksgiving Day 에 후식으로 마실 식혜를 준비하고 있다. 2 주전에 친교팀장이 내게와서 “권사님 부탁이 있는데요…”라며 애교를 떤다. 무엇일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저어… 애… 실은 Thanksgiving Day 에 음식을 많이 만들거든요. 그런데 식혜가 있으면 더욱 더 빛 날 것 같아서요.” 교회일 열심히하는 그의 청을 내가 물리칠 수 없다. 그렇기도 하고 내가 아직 거절을 못 배웠다.
쉽게 대답은 했지만 교인들 머리수를 생각하니 눈 앞이 까마득하다. 휴~ 어쩌나~ 더우기 먹을때는 어디서 나타나는지 예배볼때보다 더 많이 보이기도 하잖은가.
한 주가 지나고 곧 닥칠 주일을 생각하고 오늘부터 슬슬 준비해야 그때까지 한 컵 씩이라도 돌아간다. 일단 통부터 소독하고 말끔히 냄새 안나게 종일 준비했다. 엿기름가루 중에 입자가 굵은 것이 있다. 이것은 지난 여름 밴쿠버 나가는 어느 분에게 부탁해서 사 온 것인데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것이다. 과거 식당하시던 원사장님께 전화로물어보니 그것은 손으로 박박 문질러서 죽 처럼 만들어 여러번 우러내는 것이란다.
하이고야 일이 두배 세배다.
내가 평소 써왔던 엿기름 가루는 입자가 고와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 굵은 입자 가루를 물에불려 박박 문지르는 작업이 요란하다. 집안의 커다란 대야들은 다 나와서 ‘이때다’ 하며 설친다. 잔치집이 따로없다. 삭히는 시간이 대략 7시간 정도 잡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만들려해도 안된다. 나는 옛날 식으로 맨 밑에 작은 전기 코드를 넣어 커다란 담요를 두개 푹 뒤집어 씌워둔다. 3 시간 부터는 자주 뚜껑을 열어보면서 밥알이 하나 둘 뜨는지 살펴야 한다. 깜빡하고 밥알이 다 올라와 버리면 근사한 식혜맛을 낼 수 없다.
조금전까지 3 통을 만들었다. 한 통은 이미 냉장고안에 들어갔고 두 통은 아직 뜨거워서 집 밖 베란다에서 식히는 중이다. 이번 추수감사절 우리교회 메뉴는 아래와같다. 각 목장에서 음식을 각각 만들어와서 함께 나눈다. 우리 목장도 동그랑뗑을 만드느라 전체카톡이 분주하다. 모두를 어찌나 열심히들 하는지 대단하다. 식혜를 한 컵 씩이라도 돌아가게 하려면 내일 모레 부지런히 밥을 삭혀 식혜를 만들어야 한다.
참 이번 토요일 6시에 우리 여자들이 모두 모여 송편을 빚는다. 시간이 허락하면 나도 갈 것이다. 우리교회 송편은 정말 유명하다.
내 글을 보는 독자가운데 가족이 없는 분들은 이 날 함께 오셔서 식사를 해도 좋을 듯하다. 음식은 충분충분하니까.
- 콩나물과 불고기
- 포테이토 에그 샐러드
- 동그랑뗑 전
- 겉절이
- 미역 초무침 혹은 소시지 야채볶음
- 미소국과 과일
- 송편
- 식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