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위한 마당에서 뽑은 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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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우리 교회성도들을위해 식혜를 삼일 동안 만들어 간 것을 읽은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그 식혜 나도 좀 먹을 수 있을까요?”
“아이고, 그럼요. 초대해 드리지요. 이번 주 목요일 내가 할아버지댁에 안 가는 날이니 그날 오세요.”
이 분은 같은 교우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을 하는 분이고 특별히 내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애독자다. 이런 분의 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식혜가루를 다 썼기 때문에 어떻게 구하느냐다. 호돌이는 이번 주 목요일(내일) 밴쿠버 나가서 사와야 나도 그곳에가서 살 수 있다. 섬에 살다보니 물건이 떨어지면 일 주일은 보통 기다려야 한다. 사실 요즈음 집에서 식혜를 해 먹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에 비축해 놓는 사람을 기대 못한다. 이리저리 궁리를하다가 혹시나 싶어 이 동네 아는 교우집에 연락을 해 보니 마침 두 봉지가 있다고 한다.
그저께 서둘러 한 봉지를 뜯어 앙금을 가라 앉혀 어제 오후에 식혜를 띄우기 시작했다. 밤 10시경에 밥 알이 뜰 것을 예상하고 알람을 해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드디어 알람이 울려서 식혜를 앉혀놓은 방으로 달려가보니 이게 웬말인고??? 밥이 모두 다 둥둥 떠서 위로 몽땅 올라와있다. 맛을보니 구제하기 어렵게 완전 쉬어버렸다. 그 순간을 놓친 것이다. 아니 그림에 미쳐서 식혜를 소홀히 한 것이다. 우짤꼬? 정말 울어야 할 판이다. 오후 내내 몇 번이고 이불을 들치고 삭아가는 밥 알을 보고 또 보았건만 이 처럼 낭패를 시키다니.
살면서 가버린 것들이 어디 식혜 뿐이랴, 떠나간 것은 미련없이 버려야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마지막 한 봉지 남은 것을 뜯어내어 앙금을 앉혀놓고 잠이들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밤에 해 놓은 밥 한 솥을 식혜물에 넣고 다시 담요안으로 들여보냈다.
이것을 실패하면 더 이상 식혜는 못 만들고 손님을 맞이해야한다. 그러나 저러나 오실 분은 매일 메일을 주면서 “달짝지근한 식혜 맛을 그리며 시간이 왜 이리 안가는지 답답하다며 중간 보고까지 한다. 다행히 식혜는 성공을 했고 할아버지댁에 일 가는 시간 직전에 다 끓여놓았다.
내일 손님 부부를 모실 것을 생각하며 몸이 안 좋은 독자님의 부인을위해 나물 반찬을 정성스러 준비하고 있다. 마침 마당에 싱싱하게 자라난 열무들이 있어 뽑아 씻어놓았다.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나의 기대와 오실분의 흥분된 모습이 오버랩된다. 내일도 즐거운 날이 올 것이 틀림없다. 얼른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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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ist 사인 했습니다. 닭은 중간 터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