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을 생각해서 홍삼 박스를 들고 또 국화꽃과 석류 다섯개를 내 그림 소재로 쓰라며 사들고 온 손님부부.

집안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보며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천정그림을 어떻게 그렸냐고 묻는다. 우리집에 처음오는 손님들은 다 그것이 궁금하다. 나도 지금은 못 그릴 것 같다. 그때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신들린 사람처럼 무서움도 없이 그렸던 것 같다.

어제 밭에서 뽑은 열무나물, 내가 봄에 덜덜 떨면서 꺽어온 고사리 그리고 가지 나물을 한 접시에 담고 고등어구이와 김치. 야채 밥과 함께 식사들을 잘했다. 당연히 식혜 그리고 송편도 새로 만들어 함께 내 놓으니 우리는 다시 추수감사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남편과 아내가 무척 의가 좋은 분들인데 내가 부인에게 다시 태어나도 현재 남편과 살꺼냐고 물으니 남편 뒤에서 손을 저의면서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입으로는 “물론이죠”하면서 웃는데 그 표정이 참 좋다. 농담속에 진담, 진담같은 농담이랄까?

아들 둘을 훌륭하게 잘 키운 부부, 무엇이 더 바랄소냐?  이제 남은 삶을 잘 추스리며 살다 갈 일만 남았다. 떠나갈때 식혜를 당연히 병에 넣어드리고 세 가지 나물도 챙겨드렸다. 떠나간 자리에 노란 국화꽃이 그들의 마음을 담고있다. 꽃 한 송이가 밑에 뚝 떨어져 있는 것도 무척 예술적이다.

몇 년전에 건강에 위기가와서 절망적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아내가 소생하여 많은 얘기도 나누고 힘있는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축복인지. 다시 또 다시 그들과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주신 선물을 감사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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