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20여 년간 꿀같이 달콤한 생을 누렸다. 즉 그가 일흔일곱 되던 해부터 돌아가시기까지 숱한 로맨스를 거쳤다. 나는 한 번인가 두 번, 아그리파 거리나 베찰렐 거리에서 어떤 여자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지만, 그들 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굳이 자신의 연애사를 감추려고 애쓰지도 떠벌리려 하지도 않았다. 귀부인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지도, 우리에게 소개한 적도 없었으며, 그들에 대해 언급하는 일도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때때로 십대만큼이나 사랑 때문에 눈꺼풀에 뭐가 씐 것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입가에는 반쯤 정신 나간 미소를 띠며 들떠 있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흐린 가을 하늘처럼, 뺨에 아기 같은 홍조를 띠며 얼굴을 떨구었고, 방 한가운데 서서 맹렬한 기세로 셔츠를 한 장씩 차례대로 다림질하고, 심지어 속옷까지 다리고 작은 병을 들어 향수를 뿌렸고, 그의 의견이 먹히지 않았을 때나, 아니면 반대로, 할머니와 약혼하고 뉴욕으로 향하던 그 굉장한 여행에서처럼, 두 개의 동시다발적인 사랑의 고뇌 속에서 골치 아픈 일에 휩쓸렸을 때, 이따금 거칠지만 부드럽게 러시아어로 중얼거리거나, 처량한 우크라이나 선율을 흥얼거렸다.
한번은 할아버지가 이미 여든아홉이었을 때, 우리에게 이삼일 정도 ‘중요한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중이며,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우리는 걱정에 휩싸였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가? 왜 전화도 안 하시는가? 만약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아무래도 연세가 연세이니만큼…..
우리는 고통스러웠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만일 할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실려가 누워 있다면, 하느님 맙소사, 혹여, 우리가 그를 찾지 못했는데 그에게 무슨 다른 문제라도 생겼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경찰에 연락을 했는데, 그가안전하고 건강하게 나타난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의 폭발하는 노여움을 마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하루를 꼬박 안절부절못하다가, 할아버지가 금요일 정오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경찰에 연락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금요일 오후에, 신고하려고 시간을 약 삼십 분 남겨놓고, 어린아이같이 만족감으로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쾌활한 기분과 기쁨, 열정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디로 사라지셨던 거예요. 할아버지?”
“그래, 뭐, 여행중이었단다.”
“하지만 딱 이삼일만 다녀오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말했지. 그래서 뭐 잘못됐냐. 글쎄, 헤르슈코비치 여사와 함께 여행하고 있었는데,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구나.”
“하지만 어디 계셨는데요?”
“내가 이미 말했잖니, 우리는 재미 좀 보느라고 잠깐 갔던 거야, 조용한 숙소 하나를 발견했지. 아주 세련된 팬션이더구나. 스위스에 있는 숙소처럼 말이다.”
“팬션이요? 이디에요?”
“라마트간 높은 산 위에.”
“최소한 저희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하실 수 없었어요? 그럼 저희가 그렇게 할아버지를 걱정 안 할 수 있었잖아요?”
“방에 전화가 없었단다. 뭐랄까, 얼마나 멋들어지게 세련된 팬션이었던지 나는 정신을 잃어 버릴 뻔 했다 얘야.”
“공중전화로라도 저희한테 전화 한 통 주실 수 없었어요? 제가 토큰도 드렸잖아요.”
“토큰, 토큰. 어디? 얘야 토큰이 뭐냐?”
“공중전화 할 때 쓰는 토큰 말이에요.”
“아, 네 그 토큰. 그거 옛다. 여기, 가져가라, 이 꼬맹이 오줌싸개야.”
“하지만 왜 사용하지 않으셨어요?”
“나 너무 바빴어, 나 그런 것 몰라”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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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2일 필리핀으로 떠나간 테시가 벌써 일 저질렀네요. 한달도 안 됐는데 ‘언니 김치’를 출시했답니다. 세상에 별 년 다봅니다. 어찌이리 속도가 빠릅니까? 나는 뛰어가는데 이 년은 날라 갑니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네요. 두 손 다 들었습니다. Up Up 아무튼 테시의 김치 사업이 대박 터뜨리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말 잘 가르쳐 주긴 했나봅니다. 하 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