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에이에서 함께 문학 활동을 하던 하정아 수필가가 두 권의 최근 수필집을 보내왔다. 하정아 수필가는 파사데나 칼리지에서 뒤늦게 간호학을 공부하여 간호사가 되었고 지금은 몬클레어 커뮤니티 종합병원 수술방 회복실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까지 여섯권의 수필집을 내 놓은 열성파이며 다수의 문학상과, 비평가가 뽑은 2013년 좋은 수필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현재는 미주 중앙일보에 보름마다 칼럼을 쓰고있다. 엘에를 떠난지 이달이 9년째인데 잊지않고 책을 보내준 문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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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만나는 날, 함께 점심을 먹으러가기위해 준비한다.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더니 나를 부른다.
“Alicia, Please fix my hair.” 할아버지가 머리를 좀 빗겨 달란다.
“Sure” 나는 할아버지가 주는 촘촘한 빗으로 머리를 빗겨드린다. 남자 머리라서 빗을 것도 없는데 할아버지는 언제나 밖으로 나가기전에 당신의 머리를 매만진다.
“My hair is still stiff.” 할아버지가 당신의 머리카락이 아직 숨이 죽지않고 뻣뻣하다며 더 좀 가라 앉혀 달라고한다. 그저께 이발을 했기때문에 더더욱 머리가 짧다.
“Your hair is too short so I can not do it anymore.” 할아버지는 그래도 좀 더 해보라는 듯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빗에 물칠을 해서 다시금 꼭꼭 힘줘서 머리카락을 누르니 아까 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다.
“Okay, good, it is much better.” 하며 할어버지가 엉덩이를 일으킨다.
화장실 문을 나서기 전에 또 잠시 멈춘다. 이번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향수도 이름을 대면서 살짝 뿌린다. 방문을 나서기 전에 인디언처럼 머리에 깃털을 박은 모자를 쓴 할아버지 젊었을 때 초상화를 본다.
“When I was 18 years old.”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 사진 앞을 지날때면 이렇게 내게 말 한다.
“Very Handsome.” 나도 언제나 한마디 한다.
루이비통 신발을 신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웃음이 베인다. 88세 할아버지의 외모를 생각해보라. 아무리 머리를 차분히 가라 앉히고 향수를 뿌리고 루이비통 구두를 신은 들 누가 알아 줄 것인가? 그러나 할아버지는 폼을 잡을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늘 살아오던 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컵에 받침을 받히고, 물 컵도 꼭 물컵을 쓰고, 내프킨도 단정히, 음식도 정중하게 먹고 옷 차림도 오늘처럼 그렇다. 대충 넘어가는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많이 배운다. 아무도 안 보고 집 안에서만 주로 있는 나는 요즈음 스웨터도 늘 다른 색깔로 바꾸어 입고간다. 분명 할아버지가 내 옷도 유심히 관찰 할 것 같아서다. 이왕이면 다홍치라라 했던가? 나도 끝까지 품위를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