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권을 끝내면서 –
여자라면 누구든지 능력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갖고 싶은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능력 있는 남자에게는 짬이 없다는 것도 역시 동서고금을 통해 한 번의 예외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결과 여자는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한 행복을 만끽한 후 곧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남편에게서 충족되지 못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여기서 단념하고 집에 틀어박혀 가사나 육아에 전념하는 여자도 있다. 이런 여자는 훌륭한 주부이며 어머니일지도 모르지만, 여자로서는 지나치게 남편을 마음놓게 하는 존재가 될 위험이 있다. 능력 있는 남자가 종종 시시한 여자를 아내로 삼고 있는 예를 우리는 많이 본다.
베네치아의 귀족은 일은 정치와 통상이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서로 비밀을 지킨다는 전제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다스러운 아내를 동행한다든가 하면 남자 쪽의 신용에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내를 내버려두는 데 따르는 폐해도 무시 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날카롭고 깊은 통찰력의 소유자임을 늘 보여온 베네치아의 남자들은 이 경우에도 여자들에게 남자가 없더라도 계속 여자답게 하라는 식의 불가능한 기대를 아예 걸지 않는다. 그 대신 ‘봉사하는 기사’제도를 당당하게 공인해 주었다.
베네치아의 기록은 ‘봉사하는 기사’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아침에 부인이 잠깰 때쯤 되어서 부인의 방을 방문한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옷을 입느냐, 보석은 어느 것으로 하느냐 등에 대해 다정하게 조언을 하면서 부인의 몸차림에 입회한다. 부인이 교회 미사에 가고 싶다면 따라가고, 산책을 할 때는 다정하게 에스코트한다. 쇼핑에도 동행하여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하여 부인의 결단을 돕는다. 식사에도 종종 동석하고 살롱에서의 대화에는 생기있게 응대한다. 트럼프나 제스의 상대도 하고 무도회에 갈 때는 따라가고 극장에도 동행하며, 밤에 부인이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퇴거한다.
요컨대 ‘봉사하는 기사’는 부인을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헤아림과 배려로 감싸게된다. 그리고 남편이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하는 모든 배려로 부인을 대할 필요가 있다. 가정 내의 자질구레한 걱정거리도 다정하게 들어주고 격려한다. 때로는 조언을 하고 때로는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해서 부인이 시름을 잊도록 힘쓴다. 이 일은 그리 안이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정말 이상적인 제도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방에서 사교생활을 많이 할 수 있는 여자들 조차도 이 만큼 여자의 미묘한 데를 찌르는 배려를 매일 받는 다는 것은 여왕이라 하더라도 꿈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베테치아에서는 몇천 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누리고 있었다.
베네치아를 방문한 프랑스의 여행자는 이 제도에 놀라고, 봉사를 맡는 기사는 남편보다 열 배나 더 부인과 결혼하고 있는 셈이된다고 말했지만, 그런 다음에 과연 프랑스인다운 의문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말로 기사는 부인을 침실로 보내기만 하고 돌아갔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걱정은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이런 경우 여자에게서 육체를 함께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자를 생기 넘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은 가끔 있는 육체 관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주어지는 남자들의 찬미와 섬세한 배려에 힘입는 바가 더 큰 법이다.
베테치아여인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여자였다. (Wowowow)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