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중국 국적의 소설가 ‘모옌(1955년생)’의 ‘열세 걸음(문학동네)’을 다 읽었다.

책은 한 걸음 부터 열세 걸음까지의 챕터로 되어있다. 쇠우리에서 끊임없이 분필가루를 씹어먹는 서술자가가 ‘나’로 ‘너’로, 다시 ‘너’와 ‘나’로 나오면서 우리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기도 하는 듯, 또한 직접 말하는 듯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왜? <열세 걸음>인지 책의 중후반부에 갔을때에야 우리에게 알려준다.

러시아의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전설에 이런말이 있다. 참새는 원래 두 발을 모아 종종 뛰는 짐승인데 병아리처럼 한 발, 한 발 걷는 것을 보면 하늘에서 행운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참새가 한 걸음 내디디면 횡재수를 안겨주고, 두 걸음을 대디디면 관운을 안겨주고, 세 걸음을 내디디면 여복을 안겨주고, 네 걸음을 내디디면 건강운을 안겨주고, 다섯 걸음을 내디디면 기분이 늘 유쾌한 상태가되고, 여섯 걸음을 내디디면 사업이 순조러워진다.

일곱 걸음을 내디디면 지혜가 곱절로 늘어나고, 여덟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잘하고, 아홉 걸음을 내디디면 이름을 온 세상에 떨치게 되며, 열 걸음을 내디디면 생김새가 멋지게 바뀌고, 열한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아름다워지며, 열두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와 애인이 화목하게 어울려 자매처럼 친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절대로 열세번째 걸음을 보아선 안된다. 만일 참새가 열세번째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았다면 앞서의 모든 행운이 죄다 곱절의 악운으로 바뀌어 당신 머리 위에 뚝 떨어져 내린다.

작가는 중국 역사와 현실을 이처럼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어쩌면 황당하게까지 느껴지긴 했으나 작가는 책 속에서 중국의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교사들이 이처럼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억압받는 중국인들에게 뭔가 한줄기 바람을 안겨주고 싶어서인지 억압받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사람들의 끊임없이 욕망하는 하는 주인공을 나타내는 글을 써낸 것 같다.

모옐은 탁월한 입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야기 꾼이다. 그가 작품에서 쏟아내는 이야기는 기이하고 황당하며 비 현실적이다. 어찌보면 엽기적이기도 하고, 마치 신화나 전설, 민담 같기도 하다. 그는 다른 공상의 세상을 얘기한다. 그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시침 뚝 따고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러나 그의 황당한 이야기는 모두 구체적인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세기 중국은 제국과 식민의 시대를 겪었다. 그의 이야기는 광기와 억압된 현실의 상징이며 증거다.

중국의 소도시에서 한 중학교 물리선생이 과로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룬 이 소설은, 당시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기이하고 엽기적은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왜곡된 인간군상과 비극적인 현실을 여실히 해부하고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너나없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타락해 있다. 거의가 다 왕성한 성욕을 보이고, 성욕에 불타서 불륜과 일탈적 성관계에 빠져든다.

교사직을 동료에게 넘기고 행상을 나서며 고초를 겪는 이야기등은 그런 당대 중국 현실에 대한 여실한 묘사다. 물론 1990년대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서 교사의 열악한 상황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역적 편차가 크다고한다. 작가는 이 책을 1987년 12월에서 2988년 3월에 초고를 쓰고 2000년 10월에 수정했다고 적혀있다.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모옌의 소설 <열세 걸음>을 추천한다.

  • 수상2012년 노밸 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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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섭씨 11도 비가 옴.  저녁에 이른 예고없이 한시간 여유놓고 손님이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