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 다녀온 문우의 선물이다. 그녀는 언제나 곱게 포장된 정성스러운 선물을 보내온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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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비품으로 간직하고 있던 산타복을 가져왔다. 내일 한번 펴 보고 일단 세탁을 해야 할 것 같다. 행사 시 할머니 다운 모습을 만들기위해 얼굴에 주름살을 그려 넣어야겠지? 무대위에 설 때는 허리를 굽히고 등을 툭툭 치면서 걸어야겠지? 할머니도 수염이 있을까? 아니야 그건 필요 없을꺼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전달 할까? 다 나오라고 해야하나? 내가 돌아 다니면서 주어야하나?
다음 주 성탄 축하예배에서 있을 즐거움으로 벌써부터 앤돌핀이 뱅그르르 돈다.
성가대는 칸타타 준비로 ‘할렐루야 할렐루야’ 성가를 부르는 성가대원들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팀장 모임에서는 금년 재정 결산과 내년 예산등 의논을 하고 늦게 돌아왔다. 밤이 일찍 오는 요즈음이라 돌아오는 길은 매우 깜깜했다.
재정실에서 일하는 내게 박사모가 잠시 보자는 듯 손짓 한다. 내가 무슨 일이있나 싶어 나가보니.
“저기요. 권사님 부탁 드릴것이 있어서요.”
“무슨 부탁요?”
“저, 우리 청소년 아이들 ‘프라미스젠’에서 26일부터 28일까지 겨울 수련회를 가잖아요.”
“?” 내가 어리둥절하게 사모를 쳐다보니
“우리에게 김치 좀 주실 수 있나 해서요?”
“김치를?” 내가 놀라는 표정을 하니까 박사모가 배시시 웃는다. 우리교회 박사모는 얼굴도 잘 생겼지만 뚝심까지 있어서 항상 나를 이겨먹는다. 그보다도 그녀는 이미 내 대답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으흠, 얼마나? 몇 명이나 가요?”
“열 여덟명요.”
“그럼 김치통 2/3정도면 될까요?”
“아뇨, 꽉꽉 눌러 한 통 부탁합니다. 우리는 이번에 김치에 의존해서 살아야 하니까요.”하며 그 예쁜 눈을깜빡 거린다.
“무엇이 한 통이나?” 나는 일부러 놀라는 표정으로 펄쩍뛴다.
“네 권사님” 박사모는 물러설 기세없이 끄떡도 안 하고 내 앞에 서 있다.
흐물어지는 Alicia
“앗싸, 아이들에게 빨리가서 전달 하겠어요. 권사님 김치를 먹게 됐다구요.” 뒤도 안 돌아보고 꽁지빠지게 달아나는 박사모.
마침 복도에 조용완목사가 지나간다.
“목사님 저 좀 봐요.”
“네 권사님”
“내 얼굴이 ‘김치’로 보이나요?”
“으 흐 흐 흐, 권사님께서 김치를 맛있게 담근 죕니다. 이 히 히 히”
“알았쪄요. 이번에 김치에 소금을 팍팍 뿌려 담궈야지. 다시는 말 못하게. 히 히 히”
우리끼리 얘긴데 오늘 배추 한 박스 호돌이에서 산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 밖에 모르는데. 하나님이 계시기는 한가보다. 사모님 기돗빨에 당할 재간이 없다니까. 김치 말고 또 뭣 좀 반찬 만들어 줄께 없을까? 고민하는 Alicia. “아무튼 부엌 창고 다 털어라 다 털어.”
** 비누를 달라고하기 미안해서 못 한다는 분을 만났다. “왜, 미안해요?” 다른 분들이 다 달라고 할텐데 나까지 부탁하면 어떻해요? 내가 양보 하려구요.” “아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요. 그냥 준다는 것에는 양보가 없지요. 밀리지 말라구요. 너무 착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아요. 남의 것 뺏어 오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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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비와 구름 / 교회 다녀옴 / 성경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