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에서도 같이 살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가령 아내가 무슨 옷을 입으면 예쁘게 보이는지 혹은 아내가 어떤 취향의 옷 혹은 색깔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남편이 얼마나 될까?
내 경우를 얘기해 보자.
내가 결혼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남편보다 나이가 좀 많이 어렸다. 당시 남편의 직장에서 상당히 이름있는 대 기업체의 사장들이 오는 파티에 참석 할 기회가 가끔씩 있었다. 이 날도 파티에 가려고 미리 코바늘로 내가 만든보라색 판쵸를 척 걸치고 나서는데 남편이 나를 쳐다보더니 “아니 그걸 입고갈려구?” 한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안 입고가면 좋겠다고 인상을 쓴다. 나는 기분을 잡치고 당장 판쵸를 집어던지고 다른 옷을 입고 파티에 간 적이있다.
물론 나는 너무 속 상해서 여러날 동안 남편과 말도 안했다. 나는 그와 사는동안 이런일이 종종 일어났다. 캐나다에 와서의 얘기는 또 어떤가? 어느 겨울 크리스 마스가 다가오는데 나 더러 어느 백화점에 내 코트를 하나 봐 둔것이 있다면서 가 보란다. 나는 ‘얼씨구나’라며 기분이 좋아서 그가 말해준 백화점에가서 내 이름으로 리저브 해 놓은 겨울 코트를 보게됐다.
“아이구구구” 나는 두 말도 안 하고 돌아와서 그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어떻게 마누라의 옷 맵시를 그렇게 간파하지 못하느냐? 내 나이가 40 밖에 안 됐는데 어디 60 넘은 할마시 디자인을 입으라고… 쯧쯧, 아이고 정말 해도 너무한다.”
결국 그 해 크리스마스도 우리 부부는 서로 말 안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보내야했다. 사람은 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가보다. 모두 내 쪽으로 생각하고 상대방도 내 쪽으로 와 주지 않으면 신경질을 부리곤 한다. 나 보다 함게 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쪽으로 다가가기는 여간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살아보니 이 세상에는 정말로 별별 사람들이 다 많은 것 같다. 멀리서 보던 사람을 가까이 살아보면 더 좋아지는 경우 보다는 실망 스러울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옛날 남편과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하고 헤어졌다면 나는 지금도 그 남자를 그리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싶어 지금도 가끔씩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것을 소유하고 나면 다음에는 실망 이라는 요상한 그림자가 따라온다. 멀리서 더 멀리서만 보면 모든 사물이 별 처럼 아름답다. 하늘의 별을 따다 내 마당에 앉혀보라. 어디 그것이 아름다울까. 지겨워서 별들의 끝자락을 도끼로 매일 쪼아 죽이겠지.
먼 당신~
당신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