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장편소설 ‘개’를 읽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두 발바닥과 몸뚱이 하나만으로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진돗개 보리의 눈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우화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살아간다는 일의 어려움과 그 속에 숨겨진 생의 의미를 섬세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주인공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부조리들,덧없는 욕망과 집착,이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허약함과 슬픔도 놓치지 않는다.

이 소설 ‘개’는 허무주의적 색채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건강한 세계를 그려낸다.

개의 독백이며 개가 보는 세상 이야기다. 개도 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한다. 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하다. 우선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그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새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핧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 공부에는 한 치의 소홀함을 허락할 수 없다. 못된 놈들을 쫓아서 달릴 때, 땅을 잘못 디뎌서 발목을 삐끗하면 개는 끝장이다. 그래서 개는 한 걸음, 한 뜀이 목숨처럼 중요하다. 선생은 많다. 이 세상의 온 천지가 개들의 선생님이다. 나무와 풀과 숲과 강과 안개와 바람과 눈비가 모두 개들의 선생님들이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냄새와 소리가 개들의 선생님들이다.

공부에는 기초가 필요하며 또한 스스로 공부 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개는 좋은 개가 될 수 없다. 이 공부를 끝까지 잘 해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바람이다. 머리끝부터 꼬리끝까지 신바람이 뻗쳐 있어야 한다.

신바람! 이것은 개의 기본정신이다. 신바람이 살아 있으면 공부는 다 저절로 되는 것이고,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개 노릇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여기까지는 기초에 불과다. 더 중요한 공부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아주 어려운 공부다. 말하자면 눈치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는 거다.

사람들도 개처럼 남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남들이 슬퍼하고 있는지 분해하고 배고파하고 있는지 외로워 하고 있는지 혹은 사랑받고 싶어하는지 지겨워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척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거다.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이다.

먼 냄새는 냄새의 알맹이가 엉성해서 넓게 퍼져서 다가오고 가까운 냄새의 알맹이들은 촘촘해서 콧구멍 속을 가득 메우면서 들어온다. 먼 냄새가 들어올 때 콧구멍 속은 풀어지고 가까운 냄새가 들어올 때 콧구멍 속은 조여지는데 정말 개의 콧구멍은 기막힌다.

개는 이제까지 경험으로 다져온 ‘굳은살’을 갖고 발을 내디디면 그만이다. ‘가난한 발바닥’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람과 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인기척 없는 산골의 공가촌이나 수몰지의 폐허에서 개들은 짖고 또 짖었다. 나는 개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 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인간의 마을마다 서럽고 용맹한 개들이 살아남아서 짖고 또 짖으리. 개들아 죽지마라.” 2005년 여름에 김훈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8도 3도 흐리고 햇볕 / 안과 다녀옴 – 지난 주 한쪽 눈 안압이 내려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두 눈이 다 17로 같아졌다. 최저 9에서 최고 21까지가 평균이라는데 나는 이제 17이라서 조금 평정을 찾은 상태다. 작년 8월에 수치는 양쪽 20이었다. 5월에 재검하기로 했다.

아는 분이 밤에 전화와서 꽃게가 왔다고 해서 달려서 다섯마리 사다 놓았다. 이 분은 일년에 한 두차례 게가 나오면 연락해준다. 고마운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 먹을련지… 임심한 여인중에 꽃게 먹고 싶으면 연락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