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이야기 2454 – 양파 한 뿌리

어제에 이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대해 말해보자.

‘카라마조프의 형제’ 소설에서 양파 한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생 살면서 사악하고 욕심많었던 할머니가 죽어 지옥에 떨어졌다. 착한 천사가 이 할머니를 지옥에서 건져내기위해 하나님께 간청했다. “하나님 그래도 이 할머니에게 선행을 한 일이 있지 않을까요?” 하나님이 천사에게 “그럼 어디 한번 그 할머니가 무슨 선행 한 일이 있는지 찾아 보아라.”고 말했다. 천사가 이 할머니의 살아온 기록을 다 뒤져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천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던 중 할머니가 어느날 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나그네에게 공짜로 선물한 것이 나온다.

비록 초라한 선행이지었지만 착한 천사는 이 기록을 하나님께 말하고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은총을 베풀어 천사에게 말한다. “알았다. 그럼 양파 한 뿌리를 가지고 지옥으로 내려가서 그 할머니가 양파 한 뿌리를 붙들고 천국으로 올라오도록 하거라. 단 천국에 올라올때까지 그 양파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신명이 난 착한 천사는 양파 한 뿌리를 구하여 지옥으로 내려가 할머니를 찾아냈다. “할머니, 당신이 살아생전 누군가에게 양파 한 뿌리를 선물 하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구원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어서 오셔서 이 양파 뿌리를 붙잡으세요. 그러나 이 양파가 끊어지지 않게 아주 조심하셔야 합니다.” 할머니는 ‘얼씨구 절씨구’ 춤을추며 양파에 매달려 천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중간 쯤 올라가는데 지옥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도 구원 받겠다고 떼거리로 몰려든다. 할머니는 화가나서 “이놈들아, 이건 내 양파야, 너희들은 못 달려들어.” 하는 동안 불행하게도 양파가 ‘뚝’ 끊어지면서 할머니와 모든 인간들이 다시 지옥으로 두루루루 떨어졌다.

착한 천사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면서 천국으로 다시 올라갔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양파는 그냥 양파가 아니고 상징적인 것이다. 우리의 조그마한 선행도 하나님께서는 은총을 베푸셔서 우리를 구원의 방주에 올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지옥에서 사람들이 구원을 나누어 가지려 할 때 할머니는 아직도 자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따 돌리려하다가 할머니를 비롯해서 모두다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

도스토옙스키는 지옥이란 인간에 대한 단절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은 바로 지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랑이 있다. 하나는 공상적인 사랑이고 두 번째는 실천적인 사랑이다. 공상적인 사랑은 말 처럼 공상을 하다가 멈출 수 있지만 실천적인 사랑은 가까운 한 사람에서 시작된다. 이 사랑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 한 배워야 한다. 이 실천적인 사랑을 위해서는 불굴의 용기와 견뎌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완벽한 학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자기 희생이란 것은 나를 버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인데 이것이 곧 나를 회복하는 일이다. 여기서 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나와 너, 너 속에 비친 나. 용서할 수 있을 때만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을 존재하게 만든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과 인간에 대한 단절, 교만, 이기적, 타인증오다. 지옥은 어디 다른 곳에 깊은 웅덩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 지상,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다. 타인과의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지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며 살아온 도스토옙스키, 선과악에대한 깊은 통찰력. 나만이 구원(선택) 받았지 너희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크리스찬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작년 가을 산책길에 찍어온 사진 그림으로 나타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