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침 나절에 한 가정을 방문했다. 방문이라기보다는 놀러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햇살이 포근히 비치는 창가에 따끈한 커피를 대접받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로 두어시간 보냈다. 내 지난 날들의 삶을 얘기하는 동안 눈물도나고 웃음도 났다. 나를 맞이한 분도 마음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연들을 한 두 가지 지니고 살아가는데 이런 사연을 내게 말 해주는 분이 참 고맙다. 넛트 종류들을 주면서 이것들도 하루 일정양이 있다면서 호두, 잣, 알몬드, 브라질 넛츠, 건포도등을 일일이 세어서 준다. 나는 그런 넛츠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대충 집어 먹어왔는데 이런것도 하루 일정양이 있다는 것을 듣고 참으로 ‘세상에 알아야 할 것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2)오후에는 나를 만나기위해 우리집을 방문한 분을 만났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지적이고 속 깊은 사람이다. 이번에는 내가 차를 준비해서 손님을 대접했다. 지나온 세월이 참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나만 힘들게 살아온 줄 알았더니 나 보다 더 힘들게 살아온 사람도 많다는 것을 듣게됐다.

3)저녁 시간에 또 한 사람의 전화다.

“선생님 쏘주 두 병 가지고 갑니다.”

“오케이”라고 말은 했지만 전화를 끊고나서 “헉, 웬 쏘주”, 나는 쏘주는 딱 질색인데.” 툴툴툴…

마침 어제 성가대원들 저녁을 해 먹이고 남은 식재료가 있어서 불야불야 스테이크를 굽고 된장을 끓인다. 칼을 들고 마당에 나가 새로 돋는 민들레 한 바구니를 캤다. ‘하이고, 나 왜 이리 바쁘지?’ 군시렁거리는 동안에 손님이 벌써 도착했다. 계획했던 일이 잘 안되어 쏘주를 마셔야 할 참인지 집에 들어온 손님은 쏘주 두 병을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흠~~

손님이 돌아가고 보니 한 병은(오른쪽) 그대로고 다른 병도(왼쪽) 레이블 위까지 밖에 쏘주가 내려가지 않았다. 손님은 스테이크와 민들레 나물이 맛있다며 열심히 밥만 먹고 마음대로 쏘주가 땡기지 않는다며 아주 작은 잔에 한잔했다. 나역시 약 마시듯 겨우 한 잔 마셨으니 쏘주는 다음을 기약하며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다.

인생은 모두 이야기다. 좋은 얘기든 슬픈 얘기든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아간다. 주위에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

놀아도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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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2도 6도 / 맑고 온화했음 / 지난 토요일은 문학회 월례회, 어제는 예정대로 성가대 회식으로 글을 못 올렸다. 성가대는 젊은 이들이 있기 때문에 온통 까르르 깔깔 웃다 돌아갔다. “그래 젊은이 들이여 많이 웃어라. 늙으면 웃음 소리도 약해지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