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튜립이 부엌을 화사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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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왕초’라 부르는 어른이 계신다. 옛날 ‘밴쿠버 소망교회’에 다닐때 삼십 대 중간쯤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내 별명은 ‘Church Gang 두목’이었는데 어째 내 별명이 어디를 가나 으시시 하다.
물론 나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이다. 이 분이 지난주에 자신이 매주 탁구를 치는데 유니폼에 이름을 좀 새겨 달라며 가져오셨다. 물론 세탁에 지장이 없어야 했기에 내가쓰는 아크릴 물감으로 이름을 쓰고 가슴에 딱 맞게 재봉틀로 박아 드렸다.
아침에 문자가 들어온다. “왕초께서 이름표를 잘 달아주어서 내가 탁구치는데 폼이 납니다. 혹시 왕초도 탁구를 좀 쳐 볼 생각이 있나요? 내가 수영과 스케이트 다 해 보았는데 이것이 안전하고 두어시간 뛰다보면 땀도나고 팔 다리 근육 생기고 최고예요. 등록하기 전 처음 세 번은 공짜로 칠수 있으니 한번 와 보세요. “
“흠” 귀가 솔깃하는 엘리샤.
그분이 말씀하시는 주소대로 오후 시니어 센터로 들어가니 탁구대 3 대에서 열심히들 탁구를 치고있다. 그 분이 자신이 쓰던 탁구채를 빌려주면서 손 잡는 법부터 가르쳐준다. 드디어 자리가 나서 나는 우선 그 분과함께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하이고나,,, 생각대로 안되네요. 어머머 또 미끄러졌네요. 너무 짧다 너무 길다.”를 외치며 연습하는데 다른팀이 들어와 네 명이 함께 치기시작했다.
나와 그분이 한조가 되었는데 당연 나 때문에 판판이 깨진다. 팔이 왜?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옛날에 학교 다닐때 조금은 쳐 보았는데 이렇게 서툴 줄이야. 머리가 명령하는대로 팔 다리가 따라가 주지 않는다. 모두들 친절하게 와서 인사하며 초코릿 간식도 준다. 한 분이 초코릿을 먹다가 틀이가 빠졌다며 화장실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여기가 어디야? 정말 노인네 동네구먼.” 이런 생각을하면서 나는 약간 쓸쓸한 마음이 든다.
요즈음 드라마 ‘눈이부시게’를 생각나게 한다. 한때는 모두 끌끌한 청년이었고 쭈쭈빵빵 젊은 여인들 이었을 이들이 지금은 시들은 풀 처럼 너울 거리는 것 같다.
오늘은 이만큼 하고 금요일에 다시 가기로 한다. 땀이나고 다리가 묵직한 걸보니 운동이 되기는 되는 모양이다.
**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잎이 곱게 올라왔다. 고랑사이에 난 풀들을 뽑아 내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마늘은 심을 때 거름을 둠뿍주고 나면 겨울내내 안 들여다 보아도 봄에 이 처럼 싱싱하게 잘 자라준다. 이제부터 가끔씩 물만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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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쪽은 풀을 뽑고 나서이고 오른쪽은 풀 뽑기전 어수선 한 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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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2도 6도 / 맑고 고요했음 / 탁구친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