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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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물결처럼 인다. 며칠 전에 씨앗뿌린 흙을 훓고 지난 바람이 조금 키가 높은 튜립 머리를 흔들어놓고 다음으로 큰 목련가지 사이로 비집고 나간다. 바람은 이어지는 강물줄기처럼 끊이지않고 흔들거리더니 라일락 몸둥아리를 이리저리 휘감는다. 내 입에서 “허 허 허” 소리가 난다.
바람은 다시 다른 꽃 밭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제 막 세상에 두 손을 내밀고 있는 활련화에게 다가가서 인사한다. 진달래, 모란, 난초등등 그 외 이름 모를 꽃들에게도 일일이 악수를 하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땅에 떨어진 씨앗들까지도 휘이익~ 스치며 지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바람답다.
꽃 피는 소식을 알고 우리 집 꽃 밭에 벌써 나비와 벌이 등장 하고 있다. 나비나 벌을 보면 참 재미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고놈들이 어여쁜 꽃에만 가서 앉을 것 같지만 그것은 완전 착각이다. 벌들이 가서 꿀을 빨아먹는 꽃은 우리가 별로 예쁘다고 여기지 않고 아무대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같은 것에 더 많이 서성인다.
튜립꽃이 얼마나 산틋하고 매력적인가? 그러나 벌이나 나비는 튜립꽃을 지나친다. 그런가하면 이제 곧 키가크고 초롱처럼 꽃들이 필 것인데 벌과 나비는 이 꽃에 붙어있기를 열광한다. 어느 벌은 꽃 속에 아예 파뭍혀 나올줄을 모른다. 이 꽃은 프리웨이를 지날 때 산등성이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아주 흔한 꽃이다.
여러분이 다 아는 호박꽃은 또 어떻구. 호박꽃도 꽃이냐고 꽃 무리가운데에서는 천덕구러기 취급하지만 호박꽃은 예쁜데 호박이 아무렇게나 생겨서 꽃이 억울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호박꽃에서 꿀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모른다. 가끔씩 벌이 아예 호박꽃 속에서 숨을 거두는 일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
사람 얘기를 해 보자.
예쁜 여자만 남자들이 데려가면 그렇지 못한 여자는 시집도 못갈 것 같지만 세상일은 그렇지 않다. 보통 꽃에서 꿀이 많이 생산되듯이 수수한 여자들의 매력에 남자들은 더 빠져든다. 그 여자가가지고 있는 인성, 그 여자만 표현해 낼 수 있는 특기, 그 여자 한테서만 얻어 먹을 수 있는 음식, 그 여자의 위트, 그 여자의 재능, 그 여자의 섬세함 등등은 예쁜 얼굴을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머리좋고 성품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5%정도다. 우리는 모두 99.5%에 속한다. + – 이래저래 따져보면 창조주가 우리를 창조할 때 어쨌거나 공평하게 재조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은가? 아직 모르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인내를 가지고 좀 더 살아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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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4도- 낮에는 덥기까지 했으니 지금은 6도 / 연극대본 ‘로미오와 줄리엣 영어번역을 박다솜에게 부탁했다. / 종일 마당 울타리 페인트 칠 했다. 날씨가 좋아서 금방금방 마른다. 울타리가 길어서 내일도 종일 해야 할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