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그리던 수련 조금 더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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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쑥, 아이고 금년 봄에 쑥 좀 먹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는데 이집밭에서 이렇게 많은 쑥을 가져가게 됐네요. 너무 기뻐요.”
“아니, 하나님께서 얼마나 바쁘실텐데 그런 기도도 들어주시나요? 허 참”
그니는 쑥을 한 보따리 따 가지고 내일 가져가기위해 문 밖에 내 놓고 지금 잠이 들었다. 그니를 만난지 45년 전이었고 우린 같은 교회 다니고 있었다. 내가 먼저 캐나다로 이민왔고 우리보다 한 5 년 후 역시 캐나다로 이민왔다.
“맥주 한잔 할까요?”
“좋아요. 으 흐 흐”
나는 그니가 맥주 마시는 것은 처음본다. 남편에게 전화하면서 “여보 나 여기서 아주 맛 있는 저녁먹어요. 맥주도 한잔 하면서요.” “아 잘됐구려. 잘 놀다오소” 남편의 응원하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온다. 남편의 목소리를 듣던 그니는 신명이 나서 목소리가 한 옥타브쯤 올라간다.
“우리 만난지 참으로 오래됐죠?”
“가만있자 그러니까 한 사십 오년 쯤 됐네요.”
그때 우리는 발랄한 이십대 청춘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할머니 모습을 감출 수 없다. 그니는 자신의 머리숫이 자꾸 줄어든다면서 내 머리카락이 많은것을 부러워한다. 사실 나도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니 푸실푸실한게 얇은 실 처럼 가늘고 그것마져도 엉성하다.
“아무렴 어땠소? 이 나이에 가릴게 뭐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어린아이처럼 손뼉까지 쳐 가며 방긋 웃는 그니의 모습이 자못 행복해 보인다.
“어머나 튀김 옷을 입힐때 얼음을 갈아서 넣나요?”
“네, 나도 일식당 사장님께 배웠어요. 이래야 튀김 옷이 까실까실해요.” 튀김을 먹으면서 식당에서 먹는 것 처럼 정말 맛 있다고 난리다.
내가 유채화를 한 바구니따서 삶아 나물을 만들어 내 놓으니 지켜보던 그니가 이렇게 말 한다. “이런것도 먹나요?” “그럼요. 요즈음 난 매일 먹어요. 새콤 달콤하게 무치면 너무 맛있어요.”
“오이김치는 이틀 전에 담궜는데 아직 폭 익지는 않았을 꺼예요.” 내가 말했다.
“아뇨, 아주 맛 있네요.” 그니의 대답이다. “아, 나도 이렇게 국물을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과일 국물이라고했나요?” “그럼요. 난 보통 다섯가지 과일을 넣지요. 특별히 파인애플은 빼 놓지 않구요.”
양로원에서 거하는 외로운 한국 노인들을 매주 찾아가주는 그니는 참 착하다. 무슨 사명처럼 이런일을 무보수로 다니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간밤에 세 시간 밖에 못 잤어요. 마치 친정집 가는 여인처럼 흥분되어서지요.” 이렇게 말 하는 그니의 눈꺼풀이 자꾸 아래로 떨어진다.
“아, 난 정말 부끄러워요.”
“뭐가요?”
“엘리샤씨 안방을 들여다보니 내 지저분 한 방이 부끄러웠어요.”
“아, 그래요?”
실은 내가 아침에 평소에 잘 정리하지 않고사는 방과 화장실을 정말 꼼꼼하게 치웠는데 그니 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럴때 나는 정말 나는 엉큼하다.
45년간의 세월사이 우리는 단 한번도 마음 상한 일 없이 지내왔다. 우리 남은 나날동안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내일은 내가 엘리샤표 떡과 스콘 그리고 북어요리를 가르쳐 준다고 약속했다. 곤히 잠든 그니의 머리맡에 하늘에서 커다란 별이 내려와 좋은 꿈 꾸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사랑을 나누었다. 아주 따끈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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